[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 및 향후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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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향후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겠지만 목표수준(2%)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물가상승률이 2%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지금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이어갈 방침이다.
한은은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국내 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첫번째 맨데이트(의무)인 물가 안정 확신이 들 때까지는 지금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자칫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 및 위험쏠림 시그널로 이어질 수 있단 판단이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결정 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물가안정기 재진입 과정의 리스크 △성장세 개선 흐름 관련 대내외 여건 △부동산시장의 금융부문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운영 등을 제시했다.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가 기조적으로 완만한 둔화흐름을 이어가는 등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기로 점차 재진입하는 모습이지만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물가수준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3%대 후반에 머물러 있고 향후 1년 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과거보다 낮은 상황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국제원자재 가격 특성이나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물가가 갑자기 튈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은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점차 둔화돼 올해 말에는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물가안정기 진입의 마지막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경계했다.
경기 회복도 관건이다. 회복 국면에서 내수와 수출 간 차별화 양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와 밀접한 서비스업, 건설업 등 산업의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장은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제와 IT 수요 확대 등으로 인한 수출 회복세가 부진한 내수의 하방압력을 완충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경기 향방 및 통화정책 기조 변화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 영향 등 성장경로상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라고 짚었다.
부동산시장과 관련한 금융부문 위험도 주목한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부동산PF 대출 및 이에 기반한 유동화증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간 PF 대출을 크게 늘려온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자산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터라 고금리 속 부동산시장 부진은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개별부문 시장불안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부동산시장과 관련한 잠재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주택시장 부진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는 동시에 중장기적 시계에서 누적된 불안요인을 줄여나가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요국 통화정책 운영과 관련해선 코로나19(COVID-19) 이후 동조화됐던 글로벌 중앙은행 금리 사이클이 앞으로는 각국의 상황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중심으로 글로벌 긴축 정도가 완화될 경우 외환부문 우려가 줄어들면서 통화정책을 대내 여건에 집중해서 펼 여지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는 국내 통화정책 측면에서 외환부문 부담을 덜어주겠지만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및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대한 위험은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한 대내외 영향을 면밀히 살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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