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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비둘기' 변모하는 한은 금통위, 금리인하 빌드업...美 '끈적한 물가'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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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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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매파(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2명이 새 얼굴로 교체된다. 이를 계기로 한은의 통화정책이 긴축 완화 기조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권 교체기에 임명된 이창용 총재를 제외하면 금통위원 전원이 내수 진작과 성장을 중시하는 현 정부 인사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지는 미지수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한(sticky)' 상황이라 연방준비제도(Fed)도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조윤재·서영경 금통위원이 다음 달 20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다음 달 12일 예정된 금통위가 두 위원의 마지막 무대다. 조 위원과 서 위원은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주요 순간마다 소수 의견을 낸 매파 성향으로 분류된다.전원 尹정부 인사로 탈바꿈···"비둘기 전환 시간 문제"

두 위원이 떠난 자리는 현 정부 추천 인사로 채워진다.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추천 몫이다. 경기 진작이 급선무인 만큼 새로 추천된 위원들은 완화적 통화정책에 방점을 찍을 공산이 크다.

현재 대통령실과 한은에서는 후임자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민세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강태수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등이 하마평에 거론된다.

1974년생인 민 교수는 서 위원 뒤를 이을 여성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다. 금통위원을 다수 배출한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금융분과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민 교수는 여성 복지, 저출산 등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에는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1975년생 신진 경제학자인 이 교수도 유력 후보자 중 하나다. 행정고시 합격 뒤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다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응용 계량 경제학'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WB) 등을 두루 거쳤다. 최근에는 교육 관련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고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경제분과위원, 건강한일터 만들기 특별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강 교수는 한은 부총재보 출신이다. 통화정책, 국제금융, 금융안정 등 한은 업무에 정통하다. 성균관대 경영학 학사 출신이라 서울대 일색인 금통위 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대통령실 차원에서 (인선)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무래도 경기 부양책을 펼칠 수 있는 분들이 임명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내외 여건만 갖춰지면 (금통위가) 비둘기 분위기로 바뀌는 건 시간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초 한은 인사만 봐도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대비를 시작한 것으로 읽힌다"고 부연했다.

한은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인 홍경식 전 통화정책국장이 지난 1월 정기인사에서 국장 직을 내려놓은 뒤 지난달 29일 퇴임한 데 대한 해석이다. 홍 전 국장은 한은 금통위가 2021년 8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때부터 통화정책 실무 총괄로 밑그림을 그려 왔다. 홍 전 국장이 통화정책국장을 맡은 뒤로 한은은 기준금리를 0.50%에서 3.50%까지 끌어올렸다. 피벗 기대감 높아지는데···잡히지 않는 美 물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는 판이 깔린다 해도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이미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6명 위원 중 절반이 '피벗 시점'을 언급하면서 금리 인하 논의가 시작된 상황이다.

문제는 쉽게 잡히지 않는 미국 내 물가가 걸림돌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1%)를 웃돌았다.

CPI는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의 필요 조건으로 언급해 온 지표. 한은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6월 금리 인하설을 포기하지 않는 분위기다.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한은도 7~8월께 첫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3월 CPI도 3%대가 유지될 경우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에도 끈끈한 물가 압력이 유지된 점과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해 다소 신중해진 연준 인사들의 기조를 감안하면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점도표가 1회 정도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 연구원은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연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조건으로 생각되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의 12개월 상승률이 2.5%에 도달하는 시점이 4월로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연준은 기준금리를 6월과 9월, 12월에 걸쳐 인하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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