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속옷차림에 맨발인 이준석 선장이 해경 도움을 받아 탈출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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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속옷 차림으로 홀로 탈출했다 살인죄가 인정돼 복역 중인 이준석 선장(79)이 희생자 유족들에 사죄의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유 등 사고 당시에 대한 양심고백은 하지 않았다.
11일 뉴스1에 따르면 광주 서정교회 장헌권 목사(67)는 지난 7일 오후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이 선장과 15분 정도 면회했다. 이 선장은 2015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면회에서 이 선장은 "세월호 참사 10년인데 피해자 가족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장 목사의 질문에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 가슴 아프게 한 분들을 있게 해서 나도 가슴이 아프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선장은 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눈물이 나온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내가 그분들 얼굴을 어떻게 볼 수 있겠느냐. 얼굴을 본다고 해도 차마 할 말이 없다"면서 "내가 못 할 일을 해서 반성한다. 상처를 많이 줬는데 그 상처를 위해 목사님이 기도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2015년 4월 28일 오전 광주고등법원에서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박직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장 목사에 따르면 이 선장은 장 목사와의 면회 내내 눈을 직접 마주치지 못했다. 그는 장 목사가 보내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인터뷰집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고 있다고 했다. 장 목사는 이 선장에게 영치금 5만원과 비스킷, 음료수, 자신이 쓴 '서울 가는 예레미야' 시집을 전달했다고 한다.
장 목사는 이 선장이 자신의 잘못은 인정했지만 유가족들이 바라는 양심선언에는 미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과 국민에 대한 사과와 양심선언을 듣고 싶었다. 당초 이 선장은 세월호 선장이 아니었는데 대타로 배를 몰게 됐고 안개 낀 상태서 무리하게 출항했다"면서 "배가 가라앉자 아이들을 두고 팬티 바람으로 도망쳤는데 모든 과정에서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변한 것이 없다. 유가족들은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그들이 바라는 만큼의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10주기를 맞아 국정원과 기무사령부 기록을 모조리 공개하고, 국가가 생명 안전을 책임지는 생명안전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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