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준비기일서 혐의 부인…유족 "준엄한 법의 심판으로 단죄해야"
법원 나서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안정훈 기자 =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60·치안정감) 전 서울경찰청장 측이 법정에서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상황으로 무죄를 주장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과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 당직 근무를 한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112 상황팀장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수사받은 경찰 간부 중 최고위직으로, 참사 발생 후 1년 5개월 만에 법정에 섰다.
김 전 청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당시 사고 소식을 보고받자마자 현장에 나와 최선을 다했으나 보고 받은 시점에 이미 너무 늦어 결과적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도의적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도 "사고로 큰 인명 손실이 있었고 피고인이 서울경찰청장이었다는 것만으로는 검찰의 공소제기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핼러윈데이가) 사람들이 파티를 많이 하는 날이라고 해서 군중 운집과 압사 사고를 예상하고 경찰력을 사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사고 가능성을 예측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사고가 발생한 뒤에 쉽게 '예측 가능성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비현실적 주장이고 상상 속에 있는 것"이라며 "전근대적 결과 책임을 에둘러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류 전 과장과 정 전 팀장 측도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청장 등은 핼러윈데이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지휘·감독 등 필요한 대응 조치를 다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김광호 전 청장 엄벌촉구하는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
김 전 청장은 법정을 떠나며 취재진에 "성실하게 재판받겠다"고 말했다. 혐의에 대해선 "변호사가 한 말로 대신하겠다"고 했고, 유가족에게 할 말을 묻는 말에도 "변호사가 말씀드렸다"며 말을 아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재판 전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땅에 사법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달라.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는 사법 정의"라며 "늦었지만 더욱 준엄한 법의 심판으로 김광호를 단죄해 달라. 철저한 수사와 정의로운 판결로 무고한 젊은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전 청장 등에 대한 공판기일은 다음 달 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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