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500일…“조금만 기다려 줘” 또 다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태원 참사 5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 3월에 태어난 희생자들의 생일을 함께 기리는 행사가 있었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들아, 네가 떠난 후 500일이 되어가도록 진실을 밝히지도 못한 채 아직도 너를 품 속에 끌어 안고 길거리를 헤매고 다니지만 조금만 기다려주렴. 엄마 아빠는 끝까지 싸워나갈 거야”



2022년 10월29일 서울 한복판에서 시민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가 11일로 500일을 맞는다. 참사 500일을 이틀 앞둔 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500일 추모문화제’에서 참사 희생자 이동민씨 어머니 최행숙씨는 울음을 삼키며 아들 영정 앞에 또다시 다짐했다. 3월은 동민씨 생일이 있는 달이다. 이날부터 유가족들은 매달 생일을 맞는 희생자를 함께 기리기로 했다.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생일이 있는 달이 다가올 때부터 무섭다며 힘들어하셨다. 그럼에도 희생자들을 함께 기억하고 시민분들과도 기억을 나누고 싶어 이번 달부터 생일을 기리는 자리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3월에 태어난 희생자 8명 영정 앞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를 의미하는 보라색 케이크와 연보랏빛 카네이션이 놓였다. 희생자 이주영씨 어머니는 “내년 3월 네 생일엔 ‘주영아 우리가 해냈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때까지만 잘 참고 기다려줘”라고 말했다.



참사 500일이 지나는 동안 참사의 원인과 최종적인 책임을 묻기 위한 유가족의 노력과 절망, 다짐은 반복됐다. 유가족 단식, 농성, 오체투지, 삭발 끝에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같은 달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현재는 총선 이후 재표결하기로 여야가 잠정 합의한 상태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유족들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를 위해 노력했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며 우리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다”고 말했다.



주로 경찰이나 구청 실무 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수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이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인파 운집 위험성을 경고한 ‘핼러윈 정보보고서’ 여러 건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이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재판 받고 있다. 참사 500일이 되는 11일에는 현재 기소된 이들 가운데 가장 윗선으로 볼 수 있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첫 공판이 열린다.



다만 유가족은 특별법 없이 진행된 미진한 참사 조사로 인해 여전히 제대로 된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여긴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참사 당일과 이후 대응에 있어 서울 경찰 뿐 아니라 더 윗선의 책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특별법에 따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구성되어야 했는데, 아직 그같은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