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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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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협상, 5년 전과 협상력 차이는 '전략자산 의존'?[안보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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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이태우-린다 스펙트 방위비 협상대표 각각 임명

5년 전 트럼프 인상 요구 핵심은 '전략자산 전개 비용'

당시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전략자산 전개 자체를 안 해

전략자산 의존 확 늘어난 상황서 인상 요구하면 대책 없어

"상대방 모르고 믿지도 못하면 방법은 '힘'뿐…'대화' 필요"

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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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외교부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하는 이태우 12차 SMA 협상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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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의 막이 사실상 올랐다. 지난 5일 한미 외교당국은 우리 측 협상대표로 이태우 전 주시드니총영사, 미국 측 협상대표로 린다 스펙트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 겸 안보협정 수석대표를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5년 전 시작된 11차 SMA 협상 당시 우리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인상 요구로 곤경을 치렀는데, 이는 '전략자산'과도 깊게 연관된 사항이었다. 문제는 우리 쪽에서 정권이 교체되면서 미 전략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에 매우 중요하지만, 전략자산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게 크다면 그만큼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국방 강화와 남북대화 등 다른 방법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요구로 진통 심했던 11차 SMA…주한미군 순환배치, 전략자산에 정찰위성 비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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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열린 11차 SMA 협상 9차 회의 당시 우리 측 정은보 방위비분담 협상대사와 미국 측 도나 웰튼 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 11차 SMA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사진의 9차 회의를 통해 타결됐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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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 협상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6개월, 길면 1년 6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숱한 논란을 낳았던 11차 SMA가 바로 1년 6개월 넘는 시간이 걸렸던 사례다.

동맹의 가치를 '돈'으로만 계산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은 부자 나라인데 무임승차를 한다"는 논리로 기존에 1조원 가량이었던 방위비 분담금을 5조원 정도로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방위비 분담금의 사용처는 주한미군 노동자들의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의 3개 항목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기존 3가지 비용을 갑자기 인상하는 일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 방어에 필요한 전력을 포괄하는 새 항목, '준비태세(readiness)' 신설을 요구했다.

쉽게 말해 대북 억제를 위해서 주한미군의 순환배치와 역외 훈련, 전략자산 전개가 필요하니 그 비용을 우리에게 부담하라는 논리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정부 소식통은 "당시 미국이 한 요구 중에는 정찰위성이 북한 지역을 촬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내라는 것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무리한 요구에 우리 정부는 2020년 초 13% 정도의 인상안을 제시했고 이를 미 국무·국방장관도 승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로 결국 협상이 중단됐다. 이듬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나서야 인상률을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시키는 안이 타결됐다.

당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2018년 이래 전략자산 자체가 전개되지 않고 있을 때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상 요구의 주된 논거로 내민 전략자산에 대한 의존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협상력도 그만큼 뒷받침될 수 있었다.

우리 정권 바뀌면서 '대북 억제력' 강화한다며 전략자산 배치 늘어…협상의 불리한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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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부산에 입항한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SSBN) 켄터키함. 미군은 공식적으로 핵무기의 탑재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SSBN은 적의 핵공격에 대한 핵보복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핵무기를 탑재하고 바다에 숨어 있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국방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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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신냉전' 구도가 심화되고 우리나라의 정권이 교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만약 협상이 길어지고,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곤경에 빠질 수 있게 된 셈이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확장억제 강화 측면에서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등이 자주 한반도에 전개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으로 인해 1981년 이후 42년만에 핵무기를 탑재한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SSBN)까지 입항했다.

전략자산 전개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또다시 방위비 인상을 요구한다면, 이렇게 증가한 전략자산 전개 빈도 자체가 협상의 약한 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측의 필요로 전개를 요구하면서, 그 비용에 대한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대학원대 조성렬 초빙교수(전 주오사카 총영사)는 "전략자산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국제안보적으로는 불필요하게 한반도 군비경쟁을 촉진하고, 우발적 충돌 확률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며 "한편으론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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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동해에 전개된 미 해군의 니미츠급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3척. 맨 위부터 니미츠함, 로널드 레이건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미 7함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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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된 문제가 또 있다. 전략자산 전개는 기본적으로 무력시위이며, 북한과 중국·러시아 모두에게 경고하는 성격을 띤다. 전자가 우리의 필요라면, 후자는 우리보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의한 행보에 더 가깝다.

실제로 2017년 11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화성-12형, 14형 발사로 인해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3척이 한 번에 동해에 전개하자, 중국군 동부전구가 동중국해에서 적 함대를 격퇴하는 대규모 해공군 합동훈련을 실시한 일이 이를 방증한다.

만약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새 정부 출범 전까지 SMA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에는, 미국의 필요에 의한 전략자산 전개까지 우리가 비용을 대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7일 브리핑에서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과 관련된 경비 문제로, 전략자산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긴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본인의 재임 시절 NATO 정상 가운데 한 명이 '돈을 내지 않았는데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우리를 보호하겠느냐'고 묻자 "당신은 돈을 내지 않았으니 채무불이행이다"며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모조리 하라고 부추길 거다"라고 말했다는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원칙적으로 보면 "SMA와 전략자산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상 그가 재선된다면 이를 귀담아 들을 리는 만무하다.

근본적으론 전략자산 의존도 줄여야…국방력 증가 필요하나 '대화'도 필요

국제정세가 변하고, 미국에서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이러한 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스스로 미국 전략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일이 필요하다.

방법은 2가지다. 자체적인 대북 억제력을 높이거나,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물론 2가지 모두를 추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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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첫 독자 전자광학(EO)/IR(적외선) 정찰위성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되는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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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우리 정부는 국방력 증강을 추진하며 지난해 독자 전자광학(EO)/적외선(IR) 정찰위성을 발사하고, 다음달에는 첫 독자 합성개구레이더(SAR) 정찰위성 발사도 앞두고 있다. 핵전력은 아니지만 현무-4, 5로 대표되는 고위력 탄도미사일도 전력화되고 있다.

다만 국방력 증강은 군비경쟁을 심화해 이른바 '안보 딜레마'를 심화한다는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후자, 즉 '북한과의 대화'가 사실상 끊겼다는 점이다. 마침 북한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이후로 '적대적 2국가론'을 내세우며 '통일', '민족' 등의 단어 지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기본적으로 대북 강경 대응을 표방하고 있다. 그만큼 전략자산 전개에 우리가 더욱 의존하고, 또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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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쌍룡 연합상륙훈련을 위해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전개한 미 해군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마킨 아일랜드함에 탑재된 F-35B 스텔스 전투기.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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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상반기 한미연합훈련 때 실시되던 해병대의 쌍룡 연합상륙훈련이 올해는 하반기로 미뤄진 것으로 확인된 일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더해준다. 이 때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경항공모함)이 한반도에 전개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미국의 요청이 있었고, 그래서 올 하반기에 실시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이 설명 자체가 미국의 세계전략이나 정책 변화 등에 따라 확장억제 자산의 활용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방증이 되는 셈이다.

조성렬 교수는 "지금은 우리가 북한의 능력에 관계없이 초강대국인 미국의 힘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위험하다"며 "우리가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으면 괜찮지만, 전략자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책은 키를 미국이 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미국의 의지에 따라 우리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상당히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며 "대화를 해야 한다. 상대방을 알 수도 없고, 믿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힘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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