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관위 발표 하루만에 뒤집어
‘보이지 않는 손’ 작용했나 의혹
“승부조작이나 다름없다” 비판
전수미(왼쪽부터), 성치훈, 김동아, 김규현, 권지웅 후보자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서대문구갑 청년전략지구 후보자 공개오디션에서 공정경쟁 서약식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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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청년전략특구로 지정한 서울 서대문갑 3인 경선 후보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결과를 뒤집었다. 새로 확정한 후보 3인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2차 가해 의혹이 있는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 대신 경선 전 공개 오디션에서 탈락한 ‘대장동 변호인’ 김동아 변호사가 포함됐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8일 서울 서대문갑 경선 후보자로 확정된 성 전 행정관을 제외하고 김 변호사로 교체하는 안을 의결했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전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청년 경선 공개 오디션을 열어 성 전 행정관, 권지웅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장, 김규현 변호사(전 서울북부지검검사)를 최종 3인으로 선발했다.
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결과가 뒤집힌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전략공관위가 올린 안건에 성 전 행정관의 이름 대신 김 변호사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전략공관위 관계자가 최고위에서 상황을 설명했고, (후보가 바뀐 데 대해) 별 문제 제기는 없었다”며 “(전날 탈락한) 전수미 후보를 넣으면 어떻겠냐 하는 정도의 얘기는 있었지만 원안대로 통과됐다”라고 말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 임혁백 공관위원장,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원회 활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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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활동 브리핑에서 후보 변경과 관련해 “후보 중 한 명에 대해서 여러 가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해당 후보 역시 청년 정치인으로서 매우 뛰어난 분”이라면서도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 100% 사실이거나 결격 사유는 아니지만, 시민·사회·여성단체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성 전 행정관은 ‘안희정 성폭력’ 사건 당시 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한 바 있다. 성 전 행정관은 전날 공개오디션에서 “재판 등에서 ‘(안 전 지사와 비서가) 연인 관계로 보이지 않았나’라는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의 질문을 받고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심 정도로 이해했다’고 했는데 이 말의 맥락을 다 잘라 2차 가해라 한다”고 해명했다.
안 위원장은 “국민적 요청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정치 집단의 책무라고 생각해 오늘 아침에 여러 정황을 고려해서 회의 열어서 재의결했다”며 “공관위원이 3인을 발표했기 때문에 (김 변호사를) 4순위에 올리는 게 맞다고 해서 4순위자를 3번째로 올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안규백 공관위원장은 ‘2인 경선으로 해도 될 텐데 굳이 김 변호사를 (최종 3인에) 올린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2인 경선에 대한 논의도 있던 것이 사실이지만, 애초에 3인 경선으로 발표를 했기 때문에 차순위를 올리는 게 맞는다고 해서 올린 것”이라며 “친명 인사를 챙기려 했다면,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SNS에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다시 경선을 뛸 수 있게 됐다”며 “이재명과 함께할 동지를 원하시면 김동아를 선택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살아 돌아온 김동아! 인사 올린다. ‘몰표’ 부탁드린다”는 손글씨가 적힌 종이를 든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성 전 행정관과 자리를 교체한 김 변호사는 원외 친명계 핵심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변호를 맡아 ‘대장동 변호사’로 불렸고, 최근 이 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앞서 민주당이 서대문갑 경선룰을 중앙위원 투표 100% 방식에서 전국권리당원 투표 70%·서대문갑 유권자 투표 30% 방식으로 바꿀 때도 친명 인사인 김 변호사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전략공관위 발표 뒤집기를 두고도 전날 오디션에서 탈락한 김 변호사를 구제하기 위한 궁여지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찐명’ 김 변호사를 구하기 위해 전략공관위 발표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을 가진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 임혁백 공관위원장,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원회 활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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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공관위 발표 번복 사태로 ‘친명횡재 비명횡사’ 비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꺼져가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하루 사이에 경쟁에서 탈락한 성 전 행정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럴 거면 경선을 왜 하는 건가. 청년 전략 경선이라 하지 마시고 차라리 그냥 전략공천을 하시라”며 “공개 오디션의 결과를 바꾸는 것은 ‘승부조작’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의 서대문갑 후보 번복과 관련해 “이재명 변호사를 (변호사비) 대납하듯이 공천한 것을 넘어서 정진상의 변호사까지”라며 “대한민국 역사 이래 이 대표가 하고 있는 막장 공천 보신 적 있나. 저는 못 봤다”고 직격했다.
주이삭 개혁신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오늘도 민주당은 젊은 ‘이재명 호위무사’를 살리려고 갖은 애를 쓰느라 수고가 참 많다”며 “전날 세 명의 경선 후보를 결정해 놓고 하루 지나 번복하며 후보 명단을 교체하는 것은 민주당에 민주성이 없다는 방증이다. ‘젊은 이재명 호위무사’를 위한 ‘무(無)민주 민주당’을 보고 있는 서대문갑 주민들의 한숨 소리를 들어보기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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