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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병원 변기 뚫고, 원장 애 픽업"...제약사 영업맨, 의사 갑질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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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약회사 영업맨의 일상 알려줄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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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의사들로부터 일상적으로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다. 의대생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직원을 강제로 동원했다는 의혹도 나온 터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신을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라고 소개한 A씨는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약회사 영업맨의 일상 알려줄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A씨는 자신과 한 의사가 2018~2019년 나눴다는 대화라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해 올렸다.

캡처 내용에 따르면 A씨가 의사라고 주장한 인물은 A씨에게 “노트북 hdd를 ssd로 교체해달라”, “한글(프로그램) 깔아달라”, “액자 2개를 A4 크기로 제작해달라” 등 제약 업무과 관련 없는 잡무를 부탁했다. 이에 A씨는 전부 “네, 원장님”이라고 답했다.

“긴급 SOS”라면서 “원무과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이력서를 확인해달라”는 부탁에도 A씨는 거절하지 않았다.

A씨는 글에서 “이 원장님은 진짜 착한 편이고, 다른 원장들의 더한 메시지도 있는데 개인 정보도 있어서 못 풀겠다”며 “요즘 점점 과한 걸 시키는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오늘 일정은 오전 8시 원장 집에 가서 아이 어린이집까지 모셔다주기, 오전 10시30분 병원 화장실 (변기) 막힌 것 뚫으러 가기, 낮 12시30분 원장 점심으로 초밥 배달하기, 오후 3시 어린이집에서 아이 하원시켜 집에 데려다주기, 오후 7시 병원 직원들 저녁 식사 결제해주러 가기”라고 덧붙였다.

A씨의 글에는 동종업계 사람이라면서 다른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폭로도 이어졌다. 한 영업사원은 “(의사가) 가족과 여름 하와이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일정을 알아봐 달라고 하더라”며 “정말로 일정만 딱 알아봐 주면 다음달 의약품 발주가 바로 ‘0’으로 찍힌다”고 털어놨다.



영업직원 의사집회 동원 논란…곤혹스러운 제약업계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직장인 익명 게시글 앱인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부 의사들이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을 대상으로 집회 참석을 강요한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B제약사 소속으로 표시된 한 네티즌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집회에 의사들이 제약회사 직원들의 참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복 입고 와서 의사인 척 시위 참여하라고 한다”고 글을 올렸다.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도 익명의 네티즌이 “의사 총궐기에 제약회사 영맨(영업사원) 필참이라고 해서 내일 파업 참여할 듯”, “뒤에서 지켜보면서 제일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에게 약 다 밀어준다고 함”, “거래처 의사가 내일 안 나오면 약 바꾸겠다고 협박해서 강제 동원된다”는 등의 글을 올렸고,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의사 대신 예비군 훈련’ 등 과거 사례도 재조명



논란이 커지면서 과거 의사-제약사 간 불법 리베이트 문제와 갑질 논란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과거 제약사 직원이 의사 대신 예비군 훈련을 참가했던 사례 등이 거론됐다.

제약사 영업직원 C씨는 2017~2018년 강원도 원주에서 세 차례에 걸쳐 의사 대신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고 호텔 숙박비 등을 결제해주다 적발됐다. 이로 인해 C씨는 예비군법과 약사법 위반 등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의사는 벌금 4000만원을 2019년 법원에서 선고받았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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