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0곳 모두 신청…정부 목표 2000명 ‘훌쩍’
비수도권 2471명…수도권 13개 대학 총 930명
서울 시내 한 의과 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4.02.16.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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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0개 대학에서 제출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신청 규모가 정부의 증원 계획인 2000명의 1.7배에 달하는 3401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정지 사전통보를 시작하고 일부 전공의에 대해선 경찰 고발도 검토하겠다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정부가 ‘전공의 제재’를 시작하고, 예상치를 뛰어넘는 ‘의대 증원 수요 조사’ 결과까지 나오자 의대 교수들의 반발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의대가 있는 대학은 모두 증원을 희망했다.
서울 소재 8개 대학 365명(현원 826명), 경기·인천 소재 5개 대학 565명(209명) 등 수도권 13개 대학은 총 930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비수도권 27개 대학은 2471명(2023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정부는 개별 대학별 증원 신청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비수도권 대학들에선 기존 정원보다 2배 가량을 늘리겠다고 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사전조사 때 40개 대학의 2025학년도 증원 희망 규모는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이었다. 의대 학장 및 교수, 의대생들은 이때 조사가 구성원들과 소통을 거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학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40개 대학은 지난 조사보다도 더 많은 수의 증원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이번 대학의 신청 결과는 평가인증기준 준수 등 의료의 질 확보를 전제로 2025년에 당장 늘릴 수 있는 규모가 2000명을 월등히 상회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증원 신청 비율이 72%로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강화에 대한 지역의 강력한 희망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정부로서는 이번 수요조사 결과로 ‘2000명 증원’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정부는 2000명 증원 규모는 변함없이 정원 배정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각 대학의 제출 수요, 교육역량을 따지되 비수도권 국립대, 소규모 의대 중심으로 우선 배정하겠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정부는 또한 이날부터 복귀 시한(2월29일)을 넘긴 미복귀 전공의 7000여명에 대한 3개월 면허정지 사전통보를 시작했다. 또 전공의들의 주동 세력을 중심으로 경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압박에도 전공의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8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신규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1~4년차 9790명을 점검한 결과 근무지 이탈자는 8983명(90.1%)에 달했다.
의료계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의대 증원 수요조사 발표가 나오면서 의대 교수들과 의대생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강원도 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전 학교 측이 기존 의대 정원의 2배 이상 증원 수요를 제출한 데 항의해 삭발식을 진행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병원에서는 수술 지연, 응급실 축소 운영 등 환자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발표한 호소문에서 “정부와 정치인, 의료계는 편안한가. 의료공백 속에 우리 중증질환자들은 긴장과 고통으로 피가 마르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했다. 이 단체는 정부와 의료계에 환자를 희생시키는 무책임한 공방전을 즉각 멈추고 환자단체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은 간호사 등 일반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직원들이 문의하기도 했고 병원 상황과 개인 사정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의 이 같은 결정은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 장기화하면서 환자 수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서울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외래는 10% 줄었고 입원은 30% 줄었다”며 “우리는 무급휴직 신청까지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선택지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적자는 하루에 수십억씩 쌓이고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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