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지수 사상 첫 4만엔 돌파
반도체株 올들어 최대 63% 상승… 엔저 장기화에 수출기업 호실적
물가-임금상승 선순환 기대감… 이달 마이너스 금리 해제 할수도
4일 일본 도쿄 시내를 걸어가는 한 시민 뒤로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를 알리는 전광판이 보인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장중 4만 엔 선을 돌파했다. 도쿄=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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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의 돈 버는 힘은 강해졌다. 성장 분야에 대한 적극적 투자도 뒷받침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4일 국회에서 자국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같이 평가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도 이날 “기시다 정권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의 완전 탈출, 새로운 성장형 경제를 목표로 한다”며 주가 상승에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무섭다. 34년간 증시를 짓누르던 ‘무쇠 관뚜껑’을 열어젖히기 무섭게 이제까지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4만 엔대’를 단번에 찍으며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증시 상승세로 나타나는 경기 지표 호조세에 고무된 일본 정부는 23년 만의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
● 美증시의 반도체주 상승세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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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단연 미국 증시의 반도체주 상승세다.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최근 1년간 260% 급등하는 등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종목 랠리가 이어지면서 일본 증시의 반도체 관련 종목 주가를 끌어올렸다.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장비 기업 스크린홀딩스, 어드밴테스트, 디스코, 도쿄일렉트론과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 스바루,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 등 7곳이 일본 증시를 주도한다며 ‘7인의 사무라이’로 꼽았다.
이들 종목의 상승세는 눈부실 정도다. 일본 대표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인 스크린홀딩스의 이날 종가(1만9500엔)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2개월여 만에 63% 상승했다. 또 다른 반도체 제조사 도쿄일렉트론(56%), 어드밴테스트(48%) 등도 크게 올랐다.
엔저 장기화로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대표 수출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말 대비 주가가 41%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 증시를 ‘소외 불안 증후군(FOMO) 현상’으로 분석했다. 반도체주와 수출주가 주도하는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이 ‘급등세에 소외되면 안 된다’는 조바심 때문에 시장으로 달려드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일본 증시가 과열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쿄일렉트론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 말 38배에서 3월 기준 58배까지 높아졌다. 순자산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PER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시장에서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 “아직도 상승 여지 있다”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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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일본 증시에서는 과열을 경계하는 경계심보다는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일본 NHK방송은 “닛케이평균주가는 상승했지만, 상승 종목 수는 전체 상장사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 및 미국 고용지표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는 시장 관계자 발언을 보도했다. 미즈호증권 콜센터 관계자는 “매일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주식 계좌를 방치하고 있던 고객들의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대기업이 큰 폭의 임금 인상에 나서면서 물가와 임금이 나란히 오르는 선순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견해가 확산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일본 주식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적어도 숫자로는 경제의 호전세가 뚜렷해지면서 일본 정부는 23년 만의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바닥 수준인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비판이 있지만 30여 년간 계속됐던 경기 침체와는 확실히 상황이 달라졌다는 인식이 많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르면 이달이나 4월에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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