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신청 안하면 증원 없다"…총 신청규모 지난해 수요조사 비슷할 듯
경북대 등 여러 대학서 교수-대학본부 사이 이견 분출…'학내갈등' 우려
'의대증원 반대 목소리' |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의대 정원 수요조사가 4일 마감될 예정인 가운데, 상당수 대학이 교육부에 증원을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대학이 기존 정원의 2배에 달하거나 그 이상의 정원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증원 신청 총규모는 정부가 앞서 늘리겠다고 밝힌 2천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의과대학의 반발이 크고 교수진과 시설 등 교육환경 투자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아 정확한 신청 규모를 둘러싸고 일부 대학은 막판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학들의 수요 신청 규모와 관련해 "작년 수요조사(최소 2천151명, 최대 2천847명)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2월) 29일까지 접수된 데가 거의 없고, 오늘 24시까지 접수 예정"이라며 "어떤 형식으로 발표할지 내일 오전에, 늦지 않게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물론 대학가에서도 전체 신청 규모가 정부가 앞서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2천명' 수준과 비슷하거나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1998년을 마지막으로 26년간 의대 증원·신설이 없었던데다, 최근 의료계의 집단행동에서 볼 수 있듯 의대 증원이 수시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 의대 증원은 "이번이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청하지 않았다가 자칫 증원을 신청해 의대 규모를 키우는 다른 대학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의료계는 연일 대학 총장들에게 증원 신청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임의로 증원해주지 않겠다"고 못 박은 만큼 거의 모든 대학이 증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 증원 요청 규모 얼마나?
대학들은 정확한 증원 숫자를 밝히기를 꺼리고 있지만, 연합뉴스 취재결과 대부분의 대학이 증원을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보다 2∼3배가량 정원을 늘려줄 것을 희망하는 대학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정원 50명 미만의 소규모 의대들은 2배 혹은 그 이상의 증원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정원 40명)는 70명~110명, 대구가톨릭대(정원 40명)는 80명∼100명을 각각 증원해 2배 이상 정원 증원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대(충주·정원 40명)도 2배인 80명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거점 국립대 역시 증원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경북대의 경우 의대 정원을 기존(110명)보다 두 배 이상 더 뽑아 250명까지 늘리는 증원 요청안을 고민중이며, 경상국립대 역시 76명인 의대 정원을 200명까지 늘리는 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전북대의 경우 구체적인 의대 희망 증원 숫자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증원 방침은 공식화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1주년 취임간담회에서 "의과대 4호관을 신축한 만큼 정원이 늘어나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증원에 바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정원이 125명인 전남대도 의대 교수 등을 중심으로 증원 규모를 논의해, 40명∼50명을 추가로 더 선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대들도 증원 폭을 서둘러 결정, 교육부에 기간 내에 신청할 방침이다.
조선대(정원 125명)는 45명을, 건양대(정원 49명)·인하대(정원 49명)·동아대(정원 49명)도 50명 안팎의 증원 신청을 할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들이 속속 내부적으로 인원을 확정하고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민감성 때문에 고심 끝에 밤늦게 신청서를 제출하는 대학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주대와 충북대, 강원대, 한림대, 연세대(원주), 가톨릭관동대, 전북대, 원광대, 차의과대 등은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현재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확한 신청 규모는 5일이 지나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충북 의대정원 300명 이상 증원 |
◇ 대학본부-의대교수 갈등 분출…학내갈등 번질 우려도
의대 정원 증원 신청 규모를 놓고 대학의 미래와 위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대학본부 측과 의과대학 측의 의견이 엇갈리며 일부에서는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북대의 경우 총장과 의대 학장 사이에 의대 증원 신청 여부와 규모를 놓고 상반된 입장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홍원화 총장은 지난 1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의대 교수 55%가 증원에 찬성한다"며 신입생 정원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권태환 경북대 의대학장은 2일 "총장은 감당할 수 있다고 했지만, 입학생 수를 250명 등으로 어마어마하게 증원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논의해 본 적도 없다"며 총장의 의견을 정면 비판했다.
상당수 경북대 의대 교수들도 "총장이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증원을 신청하면 의학교육의 질적 저하가 있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대 의대·의학전문대학원 동창회도 4일 의견문을 내 "의학교육 문제는 현장을 제일 잘 아는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수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충남대와 강원대, 경상국립대 등에서도 의대 교수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상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교수 총회에서 증원 신청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다"며 "다만 의대 차원의 의견만 전했을 뿐, 결정권은 대학에 있기에 증원을 신청하는 것까지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고유선 김수현 박성제 김솔 형민우 이주형 우영식 나보배 강태현 이강일 김상연 전지혜 김형우 기자)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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