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지수가 사상 처음 4만선을 돌파한 4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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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지수는 올해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지난달 22일 ‘버블경제’ 시절인 1989년에 기록했던 최고치(3만8915)를 34년 만에 깨고 3만9098(종가 기준)을 기록하더니, 이날 4만선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닛케이지수 급등은 미국 증시의 인공지능(AI) 열풍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PC업체 델과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AMD 등 AI 관련주 폭등에 힘입어 1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것이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본 증시는 이른바 ‘사무라이7’이라 불리는 7개 기업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미국 증시를 이끌어 온 빅테크 기업 7곳을 지칭하는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7)’에 빗대어 지칭한 용어다. 사무라이 7 중 4곳(도쿄일렉트론·어드반테스트·디스코·스크린홀딩스)이 반도체 장비 기업일 정도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일본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날 도쿄일렉트론은 전 거래일 대비 2.37% 상승 마감했고, 어드반테스트도 3.67% 상승하며 지수를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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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선 원동력은 ‘해외 투자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만선 돌파 원동력은 해외 투자자”라며 “34년만에 최고치를 돌파했지만 1989년과 같은 ‘버블’ 분위기는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 일본거래소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는 올 들어 2월16일까지 7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선 해외 투자자가 몰린 원인으로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을 꼽는다. 지난해 3월 일본 정부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기업들에 개선안을 요구하고,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상장폐지도 가능하도록 하는 증시 부양책을 내놨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9조6000억엔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김지윤 기자 |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기업가치 향상을 요구하면서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이는 단기간에 나온 성과가 아니라 2013년부터 ‘재팬 패싱’을 해소하기 위해 10년 넘게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시장이 기록적 수준에 도달하면 범위에 갇히는 경향이 있지만 닛케이지수는 해외 투자자가 여전히 일본 주식에 낙관적이란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23년만에 공식적으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출을 선언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일본 시장이 환경 변화와 강력한 정책적 의지, 기업 호응으로 우상향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며 “올해가 좀비 일본 경제의 정상화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한 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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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바이 코리아’ 이어갈 수 있을까
국내 증시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이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4일 코스피 역시 미국 증시 AI 열풍의 여파로 전 거래일 대비 1.21% 오른 2674.27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590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는 7조9000억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한국거래소가 G20(주요 20개국) 증시 주요 지수의 2월 상승폭을 분석한 결과 코스닥이 7.97%로 2위, 코스피가 5.82%로 8위에 올랐다. 1월 상승폭이 G20 중 꼴찌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월 들어 강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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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지난달 국내 증시 강세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이유는 일본에서의 학습 효과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밸류업’ 기대감이 지속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은 기업 자율성을 유도하는 방향성만 제시됐다. 향후 구체적 인센티브 안이 나오는지 여부, 밸류업 가이드라인과 지수 개발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어질 지가 증시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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