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가지수 양극화 심화
독일 증권거래소 |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증시도 최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며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겉보기와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유럽 주식시장은 위기 상황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주가지수는 오르고 있지만 거래량은 감소 중이며, 자본 조달을 위한 기업공개(IPO)가 드물고 유럽 대기업 일부는 미국 시장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과 유럽 주가지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본격화했다.
주요 지수의 2008년 말 대비 상승률을 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 390% 가까이 되는 반면 유럽 스톡스 600은 105%가량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빅테크(거대 기술기업)가 성장을 이끌었고 전 세계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선순환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저금리 기조하에 상승세를 이어간 미국과 달리 유럽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빅테크와 같은 증시 주도주도 부재했다.
유럽 투자자들이 미국보다 위험 회피적 성향이 강하고, 흑자로 전환하지 않은 신생 기업에 투자하기를 꺼린다는 점도 정체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개인 투자자들이 정부 보조금으로 주식 투자에 적극 나섰지만, 유럽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목격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 가계의 경우 2015∼2021년 평균으로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저축 비중(32%)이 주식 비중(21%)을 앞섰지만, 미국 가계는 각각 현금·저축(13%)이 주식(31%)보다 적은 비중을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미국에서는 주식을 상장할 수 있는 거래소가 3곳인 반면 유럽은 35곳으로 거의 모든 국가에 있으며, 이에 따라 유동성이 분산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배경하에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주식으로 구성된 FTSE 100 시총이 2조5천600억 달러에 그쳐, 미국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MS·3조90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EU 당국이 역내 IPO를 활성화하고 주식 거래량을 늘리려 시도하고 있지만, 정치·금융·문화적 장애물 때문에 진전이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주식거래 규정을 바꾸는 와중에, 개별 국가들도 자국 주식시장을 키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관련 규정을 수정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무의미한 성명에 진저리가 난다. 진정 중국·미국이 우리의 성명에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면서 "강력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FT는 유럽 정치인들이 증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인센티브를 원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려면 몇 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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