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SNS 통해 13개교 이상 연쇄 성명
"증원되면 카데바 1구에 12명 붙게 될 것" 우려
"정부 지원 못 믿어…무대응, 0명 제출을" 요구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03.04. jhope@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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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부가 4일까지 각 대학에 의과대학 학생 정원 수요조사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수업거부 등을 이어가던 의대생들도 성명을 내고 총장에게 정원 제출을 거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날 전국 의대 학생회 SNS 계정을 종합하면, 지난 1일부터 전날까지 가톨릭대·건국대(충주)·건양대·경북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동국대(경주)·부산대·아주대·영남대·울산대·제주대·차의과대 등 다수 의대 학생회에서 정원 제출을 만류하는 성명서를 냈다.
의대생들의 성명에는 공통적으로 "의대 증원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강행되고 있다"는 의료계 주장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의대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고 무리한 추진을 강행하지 말라는 요구도 담겼다.
일부 의대 학생회는 구체적으로 학내 교육여건의 열악함을 들면서 정원 제출을 만류했다. 대구가톨릭대 등은 총장에게 '무대응'이나 '0명 제출'을 요구했다.
가톨릭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이하 학생회)는 "대부분 강의실은 100명 남짓을 수용할 수 있다"며 "지난해 예과 2학년의 경우 학년 정원이 113명이 돼 대형 강의실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당해 강의실 만족도 조사에서 타 학년 대비 매우 낮았다"고 전했다.
일부 성명은 지난해 대학에서 정부에 요구한 증원 인원을 전하면서 이번엔 제출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아주대 의대 학생회는 "총장께서는 현 40명인 정원을 최소 100, 최대 150명으로 증원하겠다고 제출한 것으로 저희 비대위와 다른 의대 모두 파악하고 있다"며 "진정 의대 교육의 질을 고려해 이 수치를 적어낸 것이 맞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한 카데바(해부실습용 시신)에 12명이 붙어서 해부 실습을 하게 돼 손가락 근육 하나 해부하고 본과로 진입하는 학우들이 생긴다"는 등 정상적 실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대 의대 학생회는 "교육부에서 시설 및 예산확충을 약속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행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며 "며칠 전 지방 거점 국립의대 정교수를 1000명 확충한다고 했지만 실행 방안은 전혀 밝힐 수 없었던 점이 좋은 예시"라고 했다.
지역 의료 여건을 고려해 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주대 의대 학생회는 "총장께서 40명의 의대 정원을 100명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증원만으로 제주대 출신 의사의 육지(제주 외 지역) 유출을 막을 수 없다. 도내 전공의 수련 규모와 환경이 배출 인원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부산대 의대 학생회는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내세우는 증원 정책은 지역 의료와 부산대에 대한 기만"이라며 "몇 년 뒤면 수도권에 사학 재단(학교법인)을 중심으로 한 신규 6600병상의 병원이 확보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지방대 중심으로 정원을 늘려봐야 수도권으로 유출될 것이라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의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의대 학장, 교수들까지 성명을 내고 대학 총장이 정부의 수요 조사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최근 전국 의대에 재차 공문을 보내 이날까지 의과대학 학생 정원 수요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까지 내지 않으면 추후 추가적인 증원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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