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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오픈AI를 오픈하라”…법정까지 가는 ‘인공지능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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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오픈AI를 오픈하라”…법정까지 가는 ‘인공지능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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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 연합뉴스


‘범용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법정으로 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사 오픈에이아이(AI)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영리사업을 중단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향후 전 세계 산업 기반과 사회 질서를 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범용 인공지능’의 개발을 두고 미국 빅테크 거물 간 소송전이 시작된 것이다. 인류의 보편적 이익을 위한 개발과 투명한 연구라는 ‘인공지능의 방향’에 대한 지구촌 차원의 논의보다 자본가끼리의 싸움이 먼저 개막한 셈이다.



3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머스크는 ‘오픈에이아이와 올트먼이 영리사업을 중단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달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제기했다. 머스크는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오픈에이아이와 샘 올트먼이 2015년 챗지피티 제작사를 공동 설립할 당시 체결된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까지도 오픈에이아이의 웹사이트는 이 회사의 사명이 ‘범용 인공지능(AGI)이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주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계속 공언한다”며 “하지만 현실에서 오픈에이아이는 폐쇄형 소스(closed-source)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실상 자회사로 변모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소장을 통해 2015년 오픈에이아이를 창립할 당시 올트먼과 또 다른 공동창립자 그레그 브록먼과 함께 “‘인류의 이익’을 위한 범용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비영리 연구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면서 “해당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전 세계와 공유하는 것이 핵심적인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머스크는 “오픈에이아이는 ‘광범위한 인류의 이익을 위해 범용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는 비영리 사명을 포기함으로써 막대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대규모 영리 기업의 손에 떨어지게 됐다”고 했다. 머스크는 오픈에이아이와 올트먼을 상대로 계약 위반, 신탁 의무 위반, 불공정 사업 관행 등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올트먼이 오픈에이아이에서 불법적인 관행의 결과로 번 돈을 포기하도록 명령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015년 비영리단체로 출범한 오픈에이아이가 올트먼 주도로 영리 자회사인 오픈에이아이 유한투자(OpenAI LP)를 설립하자, 머스크는 2018년 이사회에서 물러나면서 투자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그는 소장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오픈에이아이에 4400만달러(약 588억원)가 넘는 금액을 기부했으며, 이 회사의 초기 사무실 임차료도 내줬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떠난 이후 오픈에이아이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투자를 받아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를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오픈에이아이에 130억달러(약 17조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오픈에이아이에 대적할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며 인공지능 기업 ‘엑스에이아이’(xAI)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메타 플랫폼스가 인공지능 소스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오픈에이아이의 챗지피티는 철저한 ‘비밀주의’로 가려져 있다. 챗지피티-4 학습에 사용되는 광범위한 데이터, 모델 구축을 위한 코드 등은 제3자가 확인할 수 없어 ‘블랙박스’에 비유되기도 한다. 머스크는 이번 소송을 통해 ‘오픈에이아이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올트먼 개인에게 이익을 주는 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연구 성과와 기술을 공공에 개방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머스크는 이번 소송 결과로 자신이 배상을 받게 되면 이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픈에이아이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제이슨 권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머스크의 제소는 실상 자신이 공동 창업한 회사에 남지 않고 떠난 데 대한 후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머스크의 소송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건은 세간의 이목을 끄는 가장 중요한 충돌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대규모 자금 모집과 국내외 불공정 조사를 앞둔 올트먼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고 평했다.



앞서 지난 2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11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해임 사태 당시 올트먼이 투자자들을 오도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그의 내부 소통자료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이 소송은 인공지능의 미래를 둘러싼 테크 업계 거물들 간의 오랜 불화가 극적으로 확대된 것”이라며 “세계에서 둘째로 부유한 머스크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가인 올트먼이 맞붙게 됐다”고 전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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