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험 대리점은 보험사를 대신해 각종 보험을 판매해주고 대신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국내의 한 보험 대리점에서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모두 대신 내주고 3년 뒤에는 꼭 보험을 해지하는 계약을 맺어온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선뜻 이해가 안 되는 계약을 대체 왜 맺은 건지, 유수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현금으로 되돌려 줘야 된다. 그래야 계약을 하는데 수월하다고.]
[큰 차익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이거는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다.]
국내 굴지의 한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 송 모 씨는 이 대리점 공동 대표 A 씨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보험 계약을 엄청나게 유치할 수 있고, 큰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송 모 씨 : 큰돈을 벌 수 있다. 매달 (고객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해주는 방식으로 고객들은 (보험)가입을 무조건 할 수밖에 없고.]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취재진이 입수한 보험 계약, 이면 약정서들입니다.
하나같이 보험 계약을 3년만 유지하고 해약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 보험 가입자가 해약할 경우 내야 하는 위약금도 보험 대리점이 대신 내준다고 돼 있습니다.
보험을 오래 유지하도록 해야 할 보험설계사가 보험을 해약하라고 하고, 위약금까지 대신 물어준다니 무슨 얘기일까요?
수법은 이러했습니다.
우선, 보험 대리점은 보험 계약을 성사시키면 보험사로부터 성공수수료를 받습니다.
그 금액이 월 보험료의 20배가 넘기도 합니다.
이 돈을 받아 설계사가 매달 보험료를 대신 내줍니다.
그리고 3년 뒤 보험을 해지하면, 그동안 낸 보험료의 절반을 보험사로부터 되돌려 받기 때문에 보험대리점이나 설계사는 돈이 남게 됩니다.
[송 모 씨 : (성공)수수료를 가지고, 원금 보전을 해주고 차액까지 발생하는 그런 구조였거든요.]
이렇게 하면 고객은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면서도 보험 혜택은 물론 세액 공제까지 받게 됩니다.
법인을 상대로 이런 식으로 보험을 유치하면 남는 돈은 훨씬 더 커집니다.
[송 모 씨 : 저희는 설계사다 보니까, 받는 수수료가 고정돼 있거든요. 대표들은 보험사에서 고정된 것(수수료) 외에도 엄청나게 큰 리베이트까지 받아오더라고요.]
[B 씨/해당 보험대리점 퇴사자 : 실적을 많이 내고 싶지 않냐 이런 취지로 A 대표가 자꾸 요구해서….]
이런 보험유치와 계약은 모두 불법입니다.
보험재정을 악화시켜 다른 가입자들 보험료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금융감독 기관의 감시망도 조직적으로 피해 나갔습니다.
취재팀이 입수한 당시 대화 녹음입니다.
[A 대표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당시 대화녹음) : 형, 지금 안양은 초토화야. 금감원에서 그 지역 다 털려고 그러는 것 같아.]
[다른 대표 : 왔다가면 전화 좀 줘. 대비를 해야지.]
설계사들에게는 아예 출근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A 대표 : 여기도 올 것 같다 내일. 내일하고 금요일은 나오지 말아라. 나도 안 나오려고 그러는 거야. 내일 낚시나 가야겠다.]
A 대표와 갈등을 빚던 송 씨는 이런 불법 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송 모 씨 : 경찰은 저한테 '당신도 처벌받는다. 당신도 공범이다.' (그랬어요) 그래도 난 (신고)하겠다….]
수사가 시작되자 A 대표와 대리점 측은 송 씨가 혼자 저지른 일이라며 맞고소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대리점이나 대표에 대한 처리는 지연됐고, 제보했던 송 씨만 기소돼 오는 4월,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유수환 기자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Q. 이런 불법 보험계약 왜 생기나?
[유수환 기자 : 일단 각 보험사들은 자사 보험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보험대리점에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경쟁적으로 지급합니다. 이를 악용해 고객과 짜고 치는 보험 계약을 맺어 돈을 챙기는 겁니다. 결국 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또 정당하게 보험을 가입한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됩니다. 금감원은 이런 교묘한 사기 행위가 보험대리점에서 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을 하고 있고요. 또 이런 조직적인 불법 계약에 대해서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Q. 왜 내부고발자만 먼저 기소?
[유수환 기자 : 제보자 송 모 씨를 고소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경찰서와 대리점 대표 A 씨의 불법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서가 서로 달랐습니다. 확인한 결과 A 대표도 보험업법 위반 그리고 사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검찰에 넘겨지기는 했는데요. 언제 검찰 수사가 끝날지는 미지수입니다. 검찰 단계에서라도 두 사건을 병합해 처리했더라면 불법행위의 실태를 조금 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와 관련해 저희 취재진은 A 대표의 설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 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내일(29일)부터 공익을 위해 용기를 냈던 내부고발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그 실태와 또 제도 개선을 함께 모색해보는 연속보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최재영·김규연)
유수환 기자 y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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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대리점은 보험사를 대신해 각종 보험을 판매해주고 대신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국내의 한 보험 대리점에서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모두 대신 내주고 3년 뒤에는 꼭 보험을 해지하는 계약을 맺어온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선뜻 이해가 안 되는 계약을 대체 왜 맺은 건지, 유수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현금으로 되돌려 줘야 된다. 그래야 계약을 하는데 수월하다고.]
[큰 차익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이거는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다.]
국내 굴지의 한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 송 모 씨는 이 대리점 공동 대표 A 씨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보험 계약을 엄청나게 유치할 수 있고, 큰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송 모 씨 : 큰돈을 벌 수 있다. 매달 (고객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해주는 방식으로 고객들은 (보험)가입을 무조건 할 수밖에 없고.]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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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입수한 보험 계약, 이면 약정서들입니다.
하나같이 보험 계약을 3년만 유지하고 해약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 보험 가입자가 해약할 경우 내야 하는 위약금도 보험 대리점이 대신 내준다고 돼 있습니다.
보험을 오래 유지하도록 해야 할 보험설계사가 보험을 해약하라고 하고, 위약금까지 대신 물어준다니 무슨 얘기일까요?
수법은 이러했습니다.
우선, 보험 대리점은 보험 계약을 성사시키면 보험사로부터 성공수수료를 받습니다.
그 금액이 월 보험료의 20배가 넘기도 합니다.
이 돈을 받아 설계사가 매달 보험료를 대신 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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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년 뒤 보험을 해지하면, 그동안 낸 보험료의 절반을 보험사로부터 되돌려 받기 때문에 보험대리점이나 설계사는 돈이 남게 됩니다.
[송 모 씨 : (성공)수수료를 가지고, 원금 보전을 해주고 차액까지 발생하는 그런 구조였거든요.]
이렇게 하면 고객은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면서도 보험 혜택은 물론 세액 공제까지 받게 됩니다.
법인을 상대로 이런 식으로 보험을 유치하면 남는 돈은 훨씬 더 커집니다.
[송 모 씨 : 저희는 설계사다 보니까, 받는 수수료가 고정돼 있거든요. 대표들은 보험사에서 고정된 것(수수료) 외에도 엄청나게 큰 리베이트까지 받아오더라고요.]
[B 씨/해당 보험대리점 퇴사자 : 실적을 많이 내고 싶지 않냐 이런 취지로 A 대표가 자꾸 요구해서….]
이런 보험유치와 계약은 모두 불법입니다.
보험재정을 악화시켜 다른 가입자들 보험료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금융감독 기관의 감시망도 조직적으로 피해 나갔습니다.
취재팀이 입수한 당시 대화 녹음입니다.
[A 대표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당시 대화녹음) : 형, 지금 안양은 초토화야. 금감원에서 그 지역 다 털려고 그러는 것 같아.]
[다른 대표 : 왔다가면 전화 좀 줘. 대비를 해야지.]
설계사들에게는 아예 출근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A 대표 : 여기도 올 것 같다 내일. 내일하고 금요일은 나오지 말아라. 나도 안 나오려고 그러는 거야. 내일 낚시나 가야겠다.]
A 대표와 갈등을 빚던 송 씨는 이런 불법 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송 모 씨 : 경찰은 저한테 '당신도 처벌받는다. 당신도 공범이다.' (그랬어요) 그래도 난 (신고)하겠다….]
수사가 시작되자 A 대표와 대리점 측은 송 씨가 혼자 저지른 일이라며 맞고소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대리점이나 대표에 대한 처리는 지연됐고, 제보했던 송 씨만 기소돼 오는 4월,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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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유수환 기자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Q. 이런 불법 보험계약 왜 생기나?
[유수환 기자 : 일단 각 보험사들은 자사 보험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보험대리점에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경쟁적으로 지급합니다. 이를 악용해 고객과 짜고 치는 보험 계약을 맺어 돈을 챙기는 겁니다. 결국 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또 정당하게 보험을 가입한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됩니다. 금감원은 이런 교묘한 사기 행위가 보험대리점에서 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을 하고 있고요. 또 이런 조직적인 불법 계약에 대해서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Q. 왜 내부고발자만 먼저 기소?
[유수환 기자 : 제보자 송 모 씨를 고소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경찰서와 대리점 대표 A 씨의 불법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서가 서로 달랐습니다. 확인한 결과 A 대표도 보험업법 위반 그리고 사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검찰에 넘겨지기는 했는데요. 언제 검찰 수사가 끝날지는 미지수입니다. 검찰 단계에서라도 두 사건을 병합해 처리했더라면 불법행위의 실태를 조금 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와 관련해 저희 취재진은 A 대표의 설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 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내일(29일)부터 공익을 위해 용기를 냈던 내부고발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그 실태와 또 제도 개선을 함께 모색해보는 연속보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최재영·김규연)
유수환 기자 y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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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험 대리점은 보험사를 대신해 각종 보험을 판매해주고 대신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국내의 한 보험 대리점에서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모두 대신 내주고 3년 뒤에는 꼭 보험을 해지하는 계약을 맺어온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선뜻 이해가 안 되는 계약을 대체 왜 맺은 건지, 유수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현금으로 되돌려 줘야 된다. 그래야 계약을 하는데 수월하다고.]
보험 대리점은 보험사를 대신해 각종 보험을 판매해주고 대신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국내의 한 보험 대리점에서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모두 대신 내주고 3년 뒤에는 꼭 보험을 해지하는 계약을 맺어온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선뜻 이해가 안 되는 계약을 대체 왜 맺은 건지, 유수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현금으로 되돌려 줘야 된다. 그래야 계약을 하는데 수월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