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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귀환, 류현진은 ‘한화 체인저’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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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귀환, 류현진은 ‘한화 체인저’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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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로 돌아온 ‘괴물’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로 돌아온 ‘괴물’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




등 번호 99번. 한 선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류현진, 바로 그다. 주황색 유니폼(한화 이글스)일 때도, 파란색 유니폼(LA 다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일 때도 그의 유니폼에는 항상 ‘99번’이 박혀 있었다.



류현진의 프로 첫 등 번호는 15번이었다. 하지만 구대성이 미국, 일본 프로 무대를 거쳐 한화에 복귀하면서 그의 번호(15번)를 되찾아갔고 류현진은 새로운 번호를 택해야 했다. 그리고, 어중간한 두 자릿수보다는 마지막 두 자릿수 번호가 나을 것 같아 99번을 골랐다. ‘99’는 한화와도 꽤 관련이 있는 번호다. 한화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해가 1999년이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99번을 달고 1999년의 우승을 재연하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6년 리그 출범 최초로 신인왕 및 최우수선수상(MVP)를 차지하면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으나 한국시리즈에서 1승1무4패로 삼성 라이온즈에 졌다. 이듬해(2007년)에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두산 베어스에 내리 3패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2008년부터는 말 그대로 한화의 암흑기였다. 한화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직전 해까지 5위→8위→8위→6위→8위의 성적을 냈다. 2012년까지는 KBO리그가 8개 팀이었기 때문에 5년 동안 3차례 꼴찌를 했다는 얘기다.



류현진 또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야수들의 잦은 실책과 타격 부진으로 승수 쌓기가 힘들었다. 특히 2012년에는 182⅔이닝을 투구하면서 평균자책점 2.66의 성적을 냈는데도 10승을 채우지 못했다. 데뷔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기록을 이어가기 위해 시즌 최종전(10월4일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 등판했으나 역시나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류현진은 이날 연장 10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2사 2·3루에서 문우람을 상대로 던진 마지막 129번째 공은 시속 152㎞가 찍혔다. 류현진이 넥센에 허용한 유일한 실점은 7회 강정호에게 맞은 솔로포였다. 10이닝 4피안타 무4사구 12탈삼진 1실점. ‘괴물’은 그렇게 KBO리그와 작별을 고했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23일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2차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연합뉴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23일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2차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연합뉴스


류현진은 시즌 뒤 리그에서 7년을 뛴 선수 자격으로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류현진 이전에도 이상훈(1998년), 진필중, 임창용(이상 2002년) 등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포스팅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었다.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등은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아마추어 신분으로 미국에 건너갔던 사례였다. 이런 이유로 류현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그해 12월 중순 LA 다저스가 2573만7737달러33센트의 이적료를 써내면서 미국행이 결정됐다. 당시 환율로 280억원 가량의 몸값이 지급된 것인데, 이는 KBO리그 한 해 운영비와 맞먹는 액수였다. 류현진의 연봉은 6년 3600만달러로 책정됐다.



류현진 이전까지는 국외 리그에 욕심 있는 프로 선수들은 일본프로야구로 먼저 진출했다. 선동열, 이종범, 이승엽, 이병규, 김태균, 이범호 등이 그랬다. 그러나 류현진은 판을 바꿔놨다. KBO리그 출신 선수들도 충분히 메이저리그 직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류현진 이후 양현종, 김광현, 강정호, 박병호, 손아섭, 황재균, 김재환, 김하성, 나성범, 이정후 등이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도전했다. 이들 중 강정호(2014년 피츠버그 파이리츠·500만2015달러), 박병호(2015년 미네소타 트윈스·1285만달러), 김광현(2019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60만달러), 김하성(2020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552만5000달러), 그리고 이정후(202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882만5000달러)가 포스팅으로 미국 야구에 입성했다. 류현진이 ‘게임 체인저’가 된 셈이다. 일본프로야구 진출이 시들해진 이유 중 하나도 류현진이 처음으로 열어놓은 길 때문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아시아 투수들이 가보지 못했던 길을 갔다. 2019년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고,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2위에 올랐다. 올스타전에는 선발로 마운드에 섰다. 메이저리그 11시즌(1시즌은 수술로 쉼) 통산 기록은 186경기 등판, 78승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 한 차례 어깨 수술(2015년 5월)과 두 차례 팔꿈치 수술(2016년 9월, 2022년 6월)을 받는 고통 속에 일궈낸 업적이다.



류현진은 지난주 한화와 8년 170억원에 계약하면서 KBO리그에 전격 복귀했다. 지난해 복귀 뒤 건강한 모습(11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을 보여줬던 터라 1~2년은 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류현진은 한화와 계약한 뒤 “(메이저리그에서)다년 계약 제의도 받았으나 수락하면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가 없겠더라. 메이저리그와 계약하더라도 최대 1년이었다”고 했다. 1년 계약 조건은 류현진이 생각했던 기준치에 맞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합류 첫날(23일)부터 불펜 피칭을 소화한 류현진은 3월23일 개막전(잠실 LG 트윈스 전) 선발을 겨냥하고 있다. 이날 등판하면 3월29일 KT 위즈와 대전 홈 개막전 선발 등판도 가능하다. 공교롭게 엘지는 류현진이 프로 데뷔 첫 선발로 등판했던 팀이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25일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열린 팀 2차 스프링캠프에서 밝은 표정으로 후배들과 함께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연합뉴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25일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열린 팀 2차 스프링캠프에서 밝은 표정으로 후배들과 함께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연합뉴스


류현진이 KBO리그 복귀 첫 시즌에 어떤 성적을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적지 않은 나이와 팔꿈치 수술 경력으로 그의 향후 성적에 의문 부호를 다는 팬들도 꽤 된다. 하지만 류현진의 복귀로 ‘만년 꼴찌’라는 비아냥을 견뎌낸 한화 팬들에게 희망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오늘의 야구에 실망해서 내일의 야구를 기대하지 않던 팬들이 지금은 내일의 야구가 설레고 궁금하다. 더군다나 한화에는 지금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신인왕을 차지한 우완 파이어볼러 문동주(20)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왼손잡이 투수인 2005년생 황준서도 있다. 구대성으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운 뒤 한 단계 성장한 류현진처럼 문동주, 황준서 또한 류현진의 도움을 받아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화는 올해를 끝으로 한화생명이글스파크와도 작별한다. 2025년부터는 새롭게 지어지는 베이스볼드림파크에서 경기를 한다. 아마도 류현진은 대전 야구의 과거를 닫고 미래를 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스토리가 완성된다. 스포츠는 스토리고, 스토리는 사람에 의해 완성된다. ‘야구 괴물’의 이야기는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프로 데뷔 첫해부터 흥미진진했다. ’99번의 사나이’ 류현진이 써내려갈 또 다른 챕터는 물음표일까, 느낌표일까. ‘게임 체인저’의 귀환은 아직까지는 ‘느낌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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