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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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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지으려는 데 쌀이 없다"…알맹이 빠진 밸류업, 증시 충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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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정책공개]⑥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전문가 평가는…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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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이 공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기존에 시장이 기대했던 증시 부양책보다 강도가 약할 뿐더러 세제혜택이나 강제성 부여 등 핵심 내용들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기대감에 올랐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은 당분간 매물 출회로 인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주요 내용은 △상장기업 자율적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세제지원 △코리아 밸류업 지수·ETF(상장지수펀드) 개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에 반영 등이다.

정부 지원안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맹탕'이었단 지적이다. 그동안 시장이 기대했던 대책들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말 그대로 알맹이가 빠진 대책이라는 것이다.

시장이 기대했던 건 무엇보다 강력한 세제혜택이었다. 배당확대 혹은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하는 기업에는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방안을 도입하거나 기업가치 제고 우수 기업은 세무조사를 일정 기간 면제하는 등의 조치다. 기업의 자사주 소각으로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화하는 만큼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되는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도입도 시장에서 거론됐다. 기업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도록 소각 의무화 등 일부 강제성을 갖는 정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한 증권사의 A 애널리스트는 "밥을 지으려고 쌀통을 열었는데 쌀이 없는 격"이라며 "이번 정책은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 평가를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B애널리스트는 "박근혜 정부 당시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기업소득환류세제(기업이 한 해 이익의 80% 이상을 투자나 배당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법인세를 추가 징수하는 제도)보다 약한 대책이 나왔다"며 "시장의 실망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보다 약한 대책으로 인해 그동안 많이 올랐던 저PBR 종목들의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보험, 은행, 지주사, 자동차 등 대표적 저PBR 종목으로 분류되며 수급이 크게 쏠렸던 종목들의 조정이 클 것으로 보인다. A애널리스트는 "이런 정도의 대책을 기대하고 보험이나 자동차가 20~30%씩 오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과도하게 수급이 쏠렸던 저PBR 종목 위주로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의 수급 방향도 관심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조5731억원을 순매수한데 이어 이달에는 7조2292억원 순매수로 매수 규모를 2배 늘렸다. 올해 들어서만 10조8023억원 어치를 쓸어 담았다. 2월 들어 외국인이 매수를 대폭 늘린 배경에는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C애널리스트는 "올해 외국인 수급을 보면 한국과 대만 증시를 많이 샀는데 이는 증시 부양책 기대감 보다는 중국 이탈 자금이 분산된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며 "외국인은 기존에도 정부 정책에 기대감이 높지 않았는데 이번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는 관망세가 더 짙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펀더멘털 개선 없이 기관 수급만으로는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정부 대책 중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ETF를 만들어서 기관 수급을 유도하는 방안이 있는데 효과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이다.

가치펀드를 운용하는 D펀드매니저는 "배당성향 상향이나 자사주 소각 확대 등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만한 대책이 빠진 상태라면 더 이상 저PBR 종목을 펀드에 담을 이유가 없다"며 "일본처럼 밸류업 프로그램이 효과를 내려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뿐 아니라 기업의 의지와 투자자들의 신뢰가 삼박자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오는 5월 보다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향후 발표될 대책들을 살표보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B애널리스트는 "법인세 감면이나 배당세 분리과세 등 세제혜택은 즉각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 부여나 상속세 개편 등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방향성 자체가 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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