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주식 순매수액 95% '엔화로 美 장기채 투자 ETF'에 몰려
금리인하 지연·엔저에 발목…미 채권가격 올라도 환헤지 비용 감내해야
일본 증시, 거품경제 때 역대 최고가 34년여만에 경신 |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일본 증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정작 연저점을 기록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 결제한 종목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엔화 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상장지수펀드(ETF)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 코드번호를 따라 '2621 ETF'로 불린다.
올해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2621 ETF를 1억5천637만달러(약 2천70억원)어치 순매수 결제했다. 이는 올초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전체 순매수 결제액(1억6천430만달러)의 95%에 해당하는 규모로, 순매수 2위 종목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2621 ETF는 엔화로 미국 국채 장기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 상승과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국채 금리 하락(가격 상승)에 이중 베팅하는 효과를 낳는다.
작년 한 해 동안에도 2621 ETF의 인기는 뜨거워 작년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전체 순매수 결제액의 70%를 2621 ETF가 차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곧 시작되리라는 기대감이 높았고, 엔화 역시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조만간 종결돼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2621 ETF의 성과는 부진하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작년 연말 4%대를 밑돌다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인플레이션 압력에 최근 4.3%대로 상승했다.
이에 2621 ETF는 지난 22일 도쿄거래소에서 1천252엔으로 장을 마치며 올 들어 연저점을 기록했다. 올해 2621 ETF를 사서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일학개미'들은 대부분 평가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엔화도 이달 들어 다시 떨어지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연초 100엔당 920원에 가까웠으나 엔저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다시 800원대로 떨어졌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엔화를 비싸게 샀다가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2023년 이후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 차트 [연합인포맥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물론 연준의 금리 인하로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2621 ETF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엔/달러 헤지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2621 ETF는 엔/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을 보지 않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엔과 달러간 환 헤지 비용이 든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621 ETF의 환 헤지 비용은 양국 간 금리차가 반영돼 5% 가량"이라며 "4∼5% 환 헤지 비용을 감내하더라도 채권 가격이 그 이상으로 올라갈 거라는 전망이 있다면 2621 ETF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은혜·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2621 ETF를 장기 투자할 경우 엔/달러 헤지 비용 때문에 달러로 미국 장기채 ETF를 사는 것보다 성과가 부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롤오버 등 지속적인 헤지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등 엔/달러 헤지 구조 때문에 유사한 기초자산을 가진 미국 ETF와 성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비용 축적으로 두 펀드 간 성과 격차가 벌어져 장기 투자 시 해당 비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닛케이지수 강세 주도주로 선정한 '7인의 사무라이' 종목에 대한 국내 순매수 규모는 미미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요타자동차, 스바루, 미쓰비시상사, 디스코,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도쿄일렉트론 등 7개 종목 가운데 올해 국내 순매수 결제액 상위 10위 안에 드는 건 도쿄일렉트론(359만달러)이 유일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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