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서 첫 선
"오늘 밤부터 마동석 팬이 되기로 했다."
마동석 주연의 액션영화 '범죄도시 4'가 제7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영화제 폐막을 이틀 앞둔 금요일인 23일 밤 독일 베를린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는 2층까지 2000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사이에서 휘파람과 함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베를린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으로 초청된 ‘범죄도시 4’의 상영이 막 끝난 시점이었다.
이번 시리즈의 큰 줄거리는 '나쁜 놈' 잡는다는 사명감과 돌주먹을 지닌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필리핀에 거점을 둔 불법 온라인 도박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다. 전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오락실 운영권을 둘러싼 폭력조직 간 다툼으로 시리즈가 시작됐지만 이젠 온라인 도박과 인터넷 마약거래, 암호화폐 채굴, 코인상장 로비 등 첨단·지능범죄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덕분에 마석도가 사이버수사관을 파견받으면서 시리즈 최초로 여성 캐릭터가 사건 해결에 나선다. 마석도의 '디지털 문맹'을 활용한 유머의 폭도 넓어졌다.
시리즈 1편의 조선족 출신 두목 장첸(윤계상)을 중심으로 선보였던 누아르 느낌을 빼고 액션과 유머가 러닝타임 내내 교차하는 2편 이후 작법도 그대로다. 기획부터 제작·주연까지 맡아 시리즈를 도맡아 이끄는 마동석은 액션 도중에도 유머를 구사하는 여유도 선보였다.
마석도의 활약이 예정된 만큼 ‘범죄도시’ 작품의 완성도는 빌런에서 결정된다. 이번 시리즈의 메인 빌런 백창기를 연기한 김무열은 단도 하나만으로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배경에 걸맞는 과묵하고 절도 있는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또 박지환이 연기한 장이수가 관객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3편 쿠키 영상에서 예고한 대로 고급 스포츠카에 구찌 백을 든 어엿한 사업가로 변신해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장이수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범죄도시 4'는 구성뿐 아니라 유머 코드와 개별 시퀀스까지도 전편들의 변주 또는 오마주로 가득 차 있다. 시리즈물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진실의 방'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킬링타임용 영화로 손색은 없다. 마동석이 펀치를 날릴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는 관객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러닝타임 108분을 즐기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객석에 있던 브라질 평론가 호드리구는 "지금까지 시리즈 중 최고다. 액션이 가끔 중력을 거스르지만 현실과 흡사한지 얘기할 필요는 없다"며 "할리우드에서 보기 힘든 액션 영화"라고 밝혔다.
30년째 베를린영화제를 취재한다는 독일 기자 니겔 루만은 "액션과 유머의 조화, 필리핀과 한국을 오가는 설정이 흥미로웠다"며 "독일 기준으로 말하자면 영화관보다는 스트리밍용 작품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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