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보름달 뜨는 중요 명절…둥근 달 보면서 풍년 점치기도
귀밝이술·무 깨물어 먹기 등 풍속 다채…이제는 '국가무형유산'
정월대보름 앞두고 창경궁 밝히는 보름달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대보름 맑은 밤 둥그렇게 달 떠오르니 밤에 통행금지 풀어주는 임금의 명이 내려왔네." (강이천의 시문집 '중암고' 중에서)
음력으로 1월 15일에 해당하는 24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새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로, 상원(上元) 혹은 오기일(烏忌日)로도 불렀다.
오기일은 까마귀의 제삿날을 의미하는 말로, '삼국유사'는 신라 소지왕(재위 479∼500) 관련 일화를 전하며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전한다.
대보름은 고려시대에도 큰 명절로 여겨왔다. 역사서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대보름은 설날, 한식, 단오, 추석 등과 함께 당시 형벌을 금하는 속절(俗節)에 포함됐다.
정월대보름 앞두고.. |
대보름은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날로써 큰 의미가 있었다.
옛사람들은 초저녁에 높은 곳에 올라서 달맞이를 하고 점을 치기도 했는데 달빛이 붉으면 가물 징조로, 비교적 희면 장마가 길게 이어질 것이라 여겼다.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 '닭 울음소리가 열 번 이상 넘기면 풍년이 든다', '달그림자가 여덟 치면 대풍이 든다' 등 여러 속신(俗信·미신적인 신앙)도 있다.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일 년에 보름달이 12번 뜨지만, 그중에서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은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특히 중요하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오곡밥으로 사랑을 나눠요 |
대보름에 으레 먹는 음식에도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정연학 학예연구관은 "오곡밥을 먹을 때는 쌈을 싸서 먹기도 했는데 이를 '복쌈'이라 한다. 여러 곡식을 쌈 싸 먹는 것은 곡물을 담는 자루인 섬을 먹는 것으로 그 자체로 풍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이천에서는 벼 가마니에 곡식을 가득 담은 듯한 모양의 '볏섬 만두'를 빚기도 한다.
최근에는 만들기 번거로운 약밥이나 오곡밥 대신 부럼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밤, 호두, 땅콩 같은 견과류를 깨물면서 한해 무사태평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뜻에서다.
정월대보름 오곡밥과 부럼 상차림 |
좋은 소식만 듣기를 바라며 귀밝이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다.
무를 먹는 것도 대보름에 이어져 왔던 풍속이다. 가족이 생무를 나눠 먹으며 '무사태평'이라 외치면서 그해 더위를 타지 않고 모든 일이 잘되리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는 "무의 음이 한자 '없을 무'(無), '무사하다'는 말의 첫 음과 같아서 무를 먹는다고도 한다. 생밤이나 호두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부럼 깨물기 풍속 중 사례가 많다"고 설명한다.
대보름은 올해부터 국가무형문화재(추후 '국가무형유산')로서 의미를 갖는다.
재활용 페트병과 LED 조명으로 즐기는 쥐불놀이 |
대보름을 맞아 그 의미를 새기고, 세시풍속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이날 열린다.
서울 창경궁에서는 25일까지 풍기대 주변에 보름달 모형을 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4일 낮에 짚이나 헝겊에 갖가지 곡식을 싸서 장대에 높이 매다는 '볏가릿대 세우기' 풍속을 선보인다.
약밥 만들기, 보름달 모양 배지 만들기 등 체험도 참여할 수 있다.
부산(오후 5시 58분), 대전(오후 6시 3분), 대구(오후 5시 59분), 광주(오후 6시 7분) 등에서도 오후 6시를 전후해 대보름 달이 뜰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5일까지 전국이 대체로 흐릴 것으로 예보돼 환히 빛나는 보름달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갑진년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
ye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