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중앙은행에 지급 이자 급증해 작년 1조9천억원 적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 |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은 22일(현지시간) 고금리로 인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 CNBC 방송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CB는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의 금리 인상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중앙은행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13억 유로(약 1조9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수년간 쌓아둔 충당금 66억 유로(약 9조5천억 원)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ECB의 적자 폭은 훨씬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ECB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부분적으로 중단됨에 따라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신금리를 4%까지 인상했다.
이에 따라 ECB 주요 부채의 이자 비용이 증가했지만, 자산의 이자 수입은 대부분 낮은 고정금리 장기물이어서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실제로 2022년에는 9억 유로(약 1조3천억 원)의 순이자 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71억9천만 유로(약 10조3천억 원)의 순이자 손실을 면치 못했다.
ECB는 "향후 몇 년간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이지만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능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말 현재 자본과 자산재평가 계정 규모가 총 460억 유로(약 66조2천억 원)에 달해 ECB의 재정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이번 손실을 이월해 미래 수익과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의 언급처럼 이번 적자가 물가안정 유지라는 중앙은행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중앙은행의 신뢰 부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ECB뿐 아니라 독일의 분데스방크, 스위스 국립은행(SNB) 등 유로존 각국 중앙은행도 고금리로 인해 적자를 기록했다.
ECB가 앞서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4년 유로화 급등으로 외환 손실이 발생했을 때였다.
독일 투자은행(IB) 베렌버그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충분히 예상된 것이어서 큰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중앙은행보다 일시적인 손실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기관은 없으며,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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