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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초전도체, AI(인공지능) 영상,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원격진료, 총선….
테마주에서 테마주로 손바뀜이 일어나는 '테마 순환매' 장세가 이어진다. 실체가 있는 테마도 있지만 실체 없이 기대감과 수급만으로 급등하는 종목도 상당하다. 최근 강세장이 이어지며 개인 자금의 테마주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인데 변동성에 의한 손실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코스피 시장에서 아센디오는 전일 대비 가격제한폭(30%·348원)까지 오른 1508원에 거래됐다. 배우 최수종, 하희라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인데 전날 공시를 통해 사업목적으로 초전도체 관련 사업을 추가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아센디오는 다음달 7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신규 사업으로 △초전도체 화합물 제조 및 판매업 △초전도체 응용 및 어플리케이션 연구개발업 △초전도체 박막 및 선재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탄소중립과 관련된 사업인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운반·활용·판매업도 추가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라면 자유롭게 다양한 사업을 추구할 수 있지만 엔터업만을 영위했던 회사가 갑자기 초전도체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건 다소 뜬금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증시에서 초전도 테마가 주목을 받자 단순히 주가 부양을 위한 목적으로 초전도 테마를 활용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아센디오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71억원에 불과하고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현재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다른 초전도 테마도 덩달아 널뛰기 중이다. 신성델타테크는 13%대 급등 중이고 서남, 씨씨에스, 파워로직스 등도 3~4%대 강세다. 덕성은 전날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당사의 사업은 초전도 또는 정치 테마주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주가 변동성이 이어진다.
최근 증시의 특징은 다양한 테마들이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마에서 테마로 수급이 이동하는 테마 순환매 장세다.
글로벌 AI 산업을 주도 중인 오픈AI가 지난 15일 텍스트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AI 시스템 '소라'를 공개하자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 테마주들이 반응했다. 모바일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만드는 키네마스터는 지난 19일과 20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영상데이터 처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노뎁 역시 관련주로 거론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주에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맞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본격화하자 원격·비대면의료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보였다. 케어랩스가 지난 16일과 19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인성정보,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등 관련주들 역시 줄줄이 널뛰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간간이 정치 테마주가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첵위원장의 테마주로 유명한 와이더플래닛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급등과 급락을 반복 중이다. 대상홀딩스우, 태양금속우, 디티앤씨 등 테마주로 언급된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총선에 출마한다는 소식에 관련주로 분류되는 화천기계가 변동성을 키웠다.
저PBR 테마는 정부 정책이라는 분명한 재료가 있지만 일부 종목은 과도하게 급등하며 테마주 같은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등 일부 저평가주들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테마주 장세는 개인 수급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지수가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강세가 지속되면서 개인의 증시 주변 자금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일 투자자예탁금은 53조8157억원으로 이달들어 3조723억원(6.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융자 잔액은 17조8090억원에서 18조1947억원으로 3857억원(2.17%) 늘었다.
저PBR 테마 투자로 차익을 실현한 개인이나 최근 강세장에서 소외된 개인 자금이 테마주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간 40대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 2~5위는 씨씨에스, 서남, 제주반도체, 인성정보로 나타났다. 제주반도체는 온디바이스 AI 테마로 묶이는 종목이다. 다른 연령대에서도 공통적으로 초전도체나 원격의료 등 테마성 종목들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다수 포진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리포트를 통해 최근의 테마주 열풍을 소셜미디어(SNS)의 음식사진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좋아요'가 높은 게시물이 검증된 정보로 인식되며 맛집이 되는 것처럼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주의 주가 급등 역시 검증된 정보로 탈바꿈하면서 수급 쏠림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테마주 투자는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사회현상의 반증"이라며 " 흐름과 기세에 편승할 수는 있지만 테마주 투자가 지속가능한 투자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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