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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억년간 명멸한 지구 생명체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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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억년간 명멸한 지구 생명체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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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억년 전 지구상에 첫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명멸해간 생명체의 세포 수는 10의 40제곱개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38억년 전 지구상에 첫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명멸해간 생명체의 세포 수는 10의 40제곱개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세포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최초의 세포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대략 38억년 전으로 추정한다. 심해 해저 화산의 열수분출구는 생명이 시작된 유력한 후보 장소 가운데 하나다.



이후 24억년 전 광합성 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에 의한 산소 대폭발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지구 생명체의 역사가 시작됐다. 생명 진화의 물줄기는 다양한 동물군이 나타나기 시작한 5억5천만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계기로 숱한 지류를 형성하며 5억년 전 육상생물, 2억5천만년 전 포유류, 700만년 전 호미닌을 거쳐 3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를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지난 38억년 동안 지구상에서 명멸해간 생명체는 얼마나 될까?



캐나다 칼튼대와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 미국 스미스칼리지 공동연구진이 호기심 짙은 이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을 시도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실 모양의 시아노박테리아.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 먹이사슬에서 육상 식물 못잖게 1차 생산에 기여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전자현미경으로 본 실 모양의 시아노박테리아.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 먹이사슬에서 육상 식물 못잖게 1차 생산에 기여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38억년 동안 지구상의 모든 탄소 100번 순환





연구진은 지구 생태계에서 이뤄지는 1차 생산(primary production)을 연구의 출발점을 삼았다. 1차 생산이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나 해양의 중탄산염 같은 무기 탄소를 이용해 생명체에 필수적인 유기화합물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지구상의 1차 생산은 대부분 햇빛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광합성을 통해 이뤄진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를 아우르는 먹이사슬의 맨 밑바탕에는 이 1차 생산을 담당하는 유기체가 있다. 육상에서는 식물이, 바다에서는 조류가 주된 1차 생산 담당자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지구 생명체가 1차 생산에 사용하는 탄소는 연간 약 2천억톤에 이른다.



과거에 이뤄진 1차 생산량도 추정할 수 있을까? 논문 제1저자인 캐나다 오타와 칼튼대의 피터 크록포드 교수(지구생물학)는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고대 퇴적암 속에 있는 황산염의 산소 동위원소 조성을 분석하면 1차 생산량을 대략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활용한 이전 연구 결과들을 종합한 결과 지구상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래 1차 생산에 사용된 탄소의 총량은 1조기가톤(10의20제곱·1해)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탄소의 100배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생명체가 처음 등장한 38억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상의 모든 탄소 원자가 100번 순환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육상식물이 상대적으로 늦게 등장했음에도 광합성으로 대표되는 1차생산 총량에서는 가장 많은 기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육상식물이 상대적으로 늦게 등장했음에도 광합성으로 대표되는 1차생산 총량에서는 가장 많은 기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역대 총 세포 수는 현재 세포 수의 100억배





오늘날 1차 생산은 주로 육지 식물과 해조류, 남조류 같은 해양 미생물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나 지구 생명의 역사 초기엔 산소 광합성을 하지 않는 유기체들이 주요 1차 생산자였다. 연구진은 육지 식물이 상대적으로 늦게 등장했음에도 총량에서는 가장 많은 기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먹이사슬의 바탕이 되는 1차 생산을 누가 얼마만큼 했는지 알면, 전체 생명체가 얼마나 되는지 어림짐작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식량이 소비되는지 알면, 그에 기반해 사람 수를 헤아려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슷한 방식으로 세포 수와 1차 생산의 비율도 추정해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추정한 결과,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세포 수는 10의30제곱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역대 지구상에 존재했던 총 세포 수는 100억배인 10의40제곱개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현재 지구 생명체의 총 세포 수(10의 30제곱개)는 지구상의 모래알(10의 22제곱개)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했다. 픽사베이

연구진은 현재 지구 생명체의 총 세포 수(10의 30제곱개)는 지구상의 모래알(10의 22제곱개)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했다. 픽사베이




“세포 많을수록 더 많은 돌연변이 일으킬 것”





앞으로 지구상에 출현하게 될 세포 수는 얼마나 될까? 이를 추정하려면 앞으로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46억년 전 생겨난 태양은 현재 일생의 중반부를 지나가고 있다. 초당 6억톤의 수소 핵융합을 일으키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수소 핵융합이 갈수록 활발해지면서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과학자들은 1억년에 1%씩 태양이 더 밝아져 20억년 후에는 지구가 더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먼저 육상 생물이 멸종하고 바다 생물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지금부터 그때까지 지구에는 또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명멸해갈까? 연구진이 현재의 1차 생산 흐름을 기반으로 예측한 결과, 세포 수 기준으로 약 10의40제곱개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갈수록 더 활발해지는 1차 생산은 과거에 비해 더 적은 기간에 더 많은 생명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세포가 많을수록 복제 횟수가 늘어나 더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 지구 생물권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 과학자들은 지구의 달보다 조금 작은 유로파에는 15~20㎞의 얼음층 아래에 지구 바다의 2배가 넘는 액체 상태의 지하 바다가 수십㎞ 깊이에 걸쳐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 과학자들은 지구의 달보다 조금 작은 유로파에는 15~20㎞의 얼음층 아래에 지구 바다의 2배가 넘는 액체 상태의 지하 바다가 수십㎞ 깊이에 걸쳐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바다가 있는 얼음위성의 생물권은 어떻게 될까?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하나는 지구의 생명체의 과거와 오늘, 미래를 정량화해서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도구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크록포드 교수는 이를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새의 눈’에 비유했다.



또 하나는 지구를 비교 행성학(comparative planetology)의 기준 천체로 자리매김시켰다는 점이다. 현재 태양계에서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는 목성과 토성의 얼음위성들이다. 과학자들은 목성의 칼리스토와 유로파, 가니메데, 그리고 토성의 엔셀라두스와 타이탄, 미마스에는 표면 얼음층 아래에 거대한 액체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크록포드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현재는 너무나 추워서 생명체의 진화를 촉발하기엔 에너지가 부족해 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한다 해도 원시적인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태양이 더 밝아지면 얼음위성의 생물권이 어떻게 변할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매우 흥미진진해진다”고 말했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오늘날의 지구는 그 상상의 출발점이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j.cub.2023.09.040
The geologic history of primary productivit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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