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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일본 식민통치 옹호’ 낙성대경제연구소장이 독립기념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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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022년 10월 독립기념관에서 현충시설 체험박람회가 열렸다. 독립기념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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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 산하 독립기념관 신임 이사에 낙성대경제연구소 박이택 소장이 임명된 사실이 20일 알려졌다.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해 논란이 된 책 ‘반일 종족주의’ 저자 등 뉴라이트 계열 대표 학자들이 포진한 연구단체로, 이곳 연구소장을 독립기념관 이사로 앉히는 것은 독립기념관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훈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지난 1일 박이택 소장을 비롯한 5명을 독립기념관 비상임이사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낙성대경제연구소는 1987년 당시 안병직 서울대 교수를 주축으로 설립됐다. 1990년대 초 옛 소련 해체 뒤 급격하게 우경화의 길을 걸으며 한국 사회 뉴라이트의 주요 사상적, 이론적 진지 구실을 해왔다. 2019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책 ‘반일 종족주의’가 출간됐는데, 이 책의 대표 저자인 이영훈 서울대 전 교수와 공동 저자 김낙년 동국대 교수,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이 연구소에 소속돼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우리가 일제에 강점당했던 식민지 시기에 일제에 의해 경제가 성장하고 근대화의 토대가 마련된 점을 인정하자는 주장이다. 연구소는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 일본 도요타재단의 지원을 받아 식민지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한겨레

박이택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 낙성대경제연구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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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사를 전공한 박이택 소장은 연구소가 펴낸 ‘한국의 장기통계: 국민계정 1911~2010’ 집필에도 참여했다. 장기 통계로 한국 근현대 경제사 100년을 정리한 이 책은 식민지 시기 근대적 경제성장이 이뤄졌다는 점을 실증해 식민지 근대화론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가 되기도 했다.

이에 낙성대경제연구소 출신 인사가 일제에 저항했던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는 독립기념관 이사로 임명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운동가였던 운강 이강년 장군의 후손 김갑년 독립기념관 이사는 “박 소장은 독립운동의 정신과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일본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낙성대경제연구소의 (활동은) 독립기념관의 목적과 상반되고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광복회 관계자도 “일본 입장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설파하는 연구소의 소장을 독립기념관 이사로 임명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로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임명은 뉴라이트 출신 인물들을 요직에 발탁해온 현 정부의 이념 편향적인 인사 방식과 그 흐름이 맞닿아 있다. 지난달 임기가 끝난 한시준 독립기념관 관장의 후임 인선도 남아 있어, 박 소장 임명과 유사한 인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 소장은 20일 저녁 보훈부를 통해 “저는 한국인들이 피지배민족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정치적·산업적 계몽을 이루고, 독립국가를 수립하고 선진국의 일원으로 발돋움하는 역사적 과정을 경제사가로서 연구해 왔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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