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시장 '돈 넣고 돈 먹기'로 변질됐다 우려
기업공개(IPO)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노린 단타족이 급증하고 있다. 경쟁률이 높아지며 증거금으로 2억원을 넣어도 1주도 못 받는 등 공모 시장이 '돈 넣고 돈 먹기'로 변질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에이피알 대표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마감된 에이피알 일반 청약에는 증거금 14조원 투입됐다. 청약자는 78만8268명이나 몰렸고 경쟁률은 총 1112.26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IPO 최대어로 꼽히던 두산로보틱스 일반 청약 경쟁률(524.05대 1)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것으로 업계에서 평가받는다.
치열했던 경쟁률 때문에 한 주도 받지 못한 소액 투자자들이 유독 많았다. 균등배정은 2224.52대 1, 비례배정은 2223.52대 1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즉 균등배정에서 한 주를 받을 확률은 6%, 비례 배정에서 한 주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2억8000만원이 필요했다.
신생 기업에 속하는 에이피알이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높은 공모가(25만원) 때문이다. 오는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에이피알은 가격제한폭(300%)까지 상승해 100만원이 된다면 1주만 받아도 75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 때문에 14조원이라는 증거금이 모였다.
금융당국은 현실적인 공모주 주가 형성을 위해 가격제한폭을 상향했다. 하지만 IPO 시장이 활황을 이루며 소액투자자들은 철저히 소외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격제한폭이 상향되면서 IPO 시장이 고액자산가 단타족들의 놀이터가 됐다”며 “앞으로 초대어가 나올 때는 최소 증거금 2억원 이상은 있어야 한다. 단타족들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이 같은 현상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타족 근절을 위해 단기 매매 차익에 한해 종합과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투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테마주처럼 접근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개월~1년 기간을 두고 특정 기간 미만에 매도한 뒤 얻은 차익에 대해서는 종합과세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타족들은 기업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 시장에서 관심을 갖는 주는 일단 배정받고 본다는 식”이라며 “보유 기간에 따라 배정 물량을 차등 배분하는 등 여러 조건을 붙여야 근본적으로 단타 문화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최연재 기자 ch022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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