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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불붙는 OTT 시장

글로벌OTT 수천억 뿌려도, 혜택은 극소수…제작사들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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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DI 조사…외주제작사 "OTT 등장으로 불리해졌다"
OTT 성장→방송시장 위축→다수 제작사 '경영악화'

머니투데이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최고경영자)가 지난 17일 방문한 오징어 게임 시즌2 세트장에서 촬영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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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선호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그런 배우가 몇 명 안 된다. 좀 과장하면 10명의 배우로 다 돌려막기 한다. 제작사는 이 배우들을 잡기 위해 돈을 더 줄 수밖에 없다."(드라마 제작사 관계자)

OTT가 K-콘텐츠 유통의 핵심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주도권을 잃은 국내 방송사뿐만 아니라 '수혜자'로 여겨졌던 콘텐츠 제작사들마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OTT의 거대 자본 투입으로 전반적인 제작비는 폭등했지만, 실제 OTT의 투자를 받는 창작자들은 극소수인데다 지상파 등 기존 방송시장마저 위축됐기 때문이다.

19일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사·제작사 모두 OTT로 인해 외주제작 환경이 불리해졌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방송사는 제작사에 제작비를 제공하되 수익은 보장하지 않는 대신 부가판권(PPL(간접광고), 해외판권 등)을 일정비율로 나눈다. 반면 넷플릭스 등 OTT는 일체 권리를 가지되 제작비에 일정 수익까지 보장해 제작사에게는 불리할 게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제작사 역시 OTT 등장에 따른 위기감을 호소했다. OTT 등장에 따른 유·불리(3.0=변화없음, 초과 시 유리, 미만 시 불리)를 설문한 결과, 제작사의 평균 응답은 2022년 조사의 3.03에서 지난해 2.78로 낮아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OTT 등장을 '호재'라고 여겼던 제작사들의 인식이 1년 만에 '악재'로 돌아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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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드라마·예능·교양 등 각 분야의 방송사 및 제작사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는데,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제작비 상승에 대한 문제인식을 드러냈다. 드라마 부문 A제작사 관계자는 "옛날에는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작하고도 남았던 제작비 금액이 요즘에는 협찬을 더해도 부족하다"며 "지상파 채널들도 다양하게 제작하기 어려워 드라마 편성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OTT가 성장하면서 기존 방송사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졌고, 이는 전반적인 제작 환경 악화로 이어졌다. 광고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전체 제작비는 급증하고, 결국 방송사·제작사 모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KISDI는 "OTT와 일하는 제작사는 소수일 수밖에 없고, 그렇지 못한 제작사는 결국 기존 방송사와 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송사의 경영 악화는 제작사의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K콘텐츠는 최대 호황이라 여겨지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지속해서 쪼그라드는 흐름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편성된 국내 방송사·OTT 드라마 수(방송 또는 공개 시점 기준)는 125편으로 전년(135편) 대비 7.4% 줄었다. 올해는 이보다도 더 줄어들어 100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게 협회의 관측이다.

배우들마저 콘텐츠 급감을 체감한다. 배우 이동건은 동료 김지석의 유튜브 채널에서 "요즘 제작 편수가 어마어마하게 줄었다"며 "예전에는 작품을 고를수 있었는데 요즘은 1년에 한 두권 받아보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배우 이장우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너무 힘들다. 지금 카메라 감독님들 다 놀고 있다"고 말했고, 배우 한예슬도 "드라마나 영화 너무 하고 싶다. 근데 요즘 작품이 진짜 없다"고 토로했다.

드라마 부분 B방송사 관계자는 "제작비 상승폭이 커지고, 광고 또는 프로그램 판매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폭이 적어졌다"면서 "인기 배우, 작가 등 소수에게 권리 및 이익이 크게 보장되는 전형적인 승자독식의 기형적 시장 형태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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