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등이 19일 서울 한국방송(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비에스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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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제작 중이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의 4월 방영을 무산시킨 한국방송(KBS)에 대해 제작진과 사회적 참사 유가족, 언론·시민단체가 한 데 모여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19일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준비위원회가 한국방송 앞에서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케이비에스는 세월호 이후 지난 10년간 반성의 시간을 잊었는가”라고 질타했다.
한국방송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은 오는 4월18일 방영을 목표로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 편을 제작 중이었으나, 이제원 제작1본부장으로부터 “22대 국회의원 선거(4월10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6월 이후 다른 재난과 엮어 생존자 트라우마 시리즈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제작진의 항의에 돌아온 것은 “4월 방송은 불가하다”는 제작본부장의 최종 답변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큐 인사이트’ 소속 조애진 피디는 “담당 피디가 지난주 금요일(16일)부터 출연자들을 일일이 만나 6월로 방송을 미룰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했고, 단원고 학생 등 주요 출연자들이 10주기가 아니라면 출연할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 피디는 “저희는 예정대로 방송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제작 자율성 침해에 대한 티브이 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014년 5월 한국방송 김시곤 보도국장은 (세월호 희생자 수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라는 망언을 했다”며 “10년 전 일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당시 김시곤 국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유가족들은 한국방송 앞에 찾아와 사장 면담과 해당 간부 해임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방송이 다시 ‘세월호 지우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한국방송 시청자위원으로 활동 중인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 역시 “10년이 지난 오늘 케이비에스는 10년 전 사과를 스스로 비웃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정 소장은 “한국방송이 내세운 2024년 방송 지표가 공정과 혁신”이라며 “온 사회가 애도하는 사회적 참사를 지우는 것이 공정이고,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변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틀어막는 것이 혁신인가”라고 물었다.
앞서 한국방송은 불방 결정 배경을 묻는 한겨레 질의에 “전임 제작1본부장 시절인 지난해 12월 대형참사 생존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다큐를 기획해 준비 중이었는데, 신임 본부장이 부임 후 당초 기획 취지에 맞게 세월호 생존자뿐 아니라 천안함 피격사건, 대구지하철참사 등 다른 참사도 종합적으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6월 이후 방송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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