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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네타냐후 “협상 결과 상관없이 라파 공격” 지상군 투입 시사…절망하는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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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서 라파에 지상군 투입 계획 내비쳐

협상도 난항…카타르 “양상 매우 좋지 않아”

라파 고립 140만명 난민은 공포의 나날

경향신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소년이 17일(현지시간) 최남단 라파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에 앉아 물건을 팔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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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카타르 등이 중재하고 있는 평화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상군 투입을 사실상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어 라파에 몰려든 가자지구 난민 140만명은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파에서 군사 행동에 나서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는 우리에게 ‘전쟁에서 패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며 “하마스와의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우리는 라파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이스라엘군 라파 공습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3일 미국·카타르·이집트 중재로 열린 평화 협상과 관련해 “하마스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며 종전 후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 팔레스타인 수감자 전원 석방 등이 하마스 요구안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는 1밀리미터(㎜), 1나노미터(㎚)도 변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하마스 고위 인사가 라파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격을 정당화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 지상군의 라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라파 공격에 공군 전력만을 활용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난민들의 희생이 우려된다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 경고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에서 지상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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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시위대가 17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 지상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 투입 등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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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모았던 평화 협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이날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협상이 곧 타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최근 며칠간 양상은 매우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견해차가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열린 협상 첫날 대표단을 철수시키는 강수를 둔 바 있다. 알자지라는 “당시 현장에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대표단이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았다”며 “모든 대화는 미국과 카타르를 중간에 끼고 간접적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라파에 고립된 140만명의 난민들은 절망에 빠졌다. 삶의 터전이었던 가자지구 북부를 떠나 라파까지 흘러온 칼릴 알할라비는 NYT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라파에 들어오면 대학살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고, 아미드 알가잘리는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동물보다 조금 나은 환경에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관건은 이스라엘 내부 분위기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선 이날 이스라엘 지상군의 라파 투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는데, NYT는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앞서 가자지구에서 구출한 인질 2명이 “남은 인질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평화 협상”이라고 주장하자 네타냐후 총리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당장 총선을 치르면 이스라엘은 분열하게 된다. 이는 하마스만 좋은 일”이라면서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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