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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계속 흔들리는 KBS의 공공성...‘파우치 대담’으로 욕먹고 '세월호 방송' 돌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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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송 결정된 '세월호 10주기' 다큐
신임 제작본부장 "총선 전후 안돼" 연기 지시
"①자율성 침해 ②세월호 정치적 해석" 비판
KBS "민감 아이템 → PTSD 종합" 입장 번복
한국일보

세월호 10주기 이틀 뒤인 4월 18일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를 방송할 예정이었던 KBS 프로그램 '다큐 인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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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신년 대담 방송 후 공영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거센 비판을 받은 KBS가 또다시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 중인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을 총선을 이유로 돌연 연기한 것. 다큐 방송은 지난해 결정됐지만 일부 간부의 지시로 갑자기 미뤄졌다.

새 제작본부장 "총선 후에도 영향권" 연기 지시


16일 KBS에 따르면 오는 4월 18일 방송될 예정이었던 ‘다큐 인사이트’의 다큐멘터리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 방송이 연기됐다. 프로그램 제작진에 따르면, 박민 KBS 사장이 지난달 29일 임명한 이제원 제작1본부장은 최근 제작진에게 세월호 다큐를 "6월 이후 다른 재난과 엮어서 만들라"고 지시했다. 제작진이 반발하자 "(4월 10일 실시되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4월 방송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제작진은 방송 예정일이 총선 뒤라는 점을 지적했지만 이 본부장은 “총선 전후 한두 달은 총선 영향권”이라고 답했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다큐는 촬영이 40% 진행됐지만 방송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특정 간부로 인한 갑작스러운 편성 변경은 공영방송의 자율성 침해라는 지적이 많다. KBS 이사와 시청자위원장을 지낸 이창현 국민대 미디어전공 교수는 “본부장이나 사장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특정 프로그램 방송이 연기되는 것은 공영방송의 편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박민 사장 취임 후 정치적 잣대로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 방향을 바꾸는 일이 잦다”고 지적했다. KBS PD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4월 16일은 세월호 10주기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방송사가 이를(세월호 참사를) 다룰 것이나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인 KBS 제작본부는 이 시기에 방송을 내보낼 수 없게 됐다"며 "방송의 시의성조차 모르는 본부장의 이번 결정은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 행위이자 해사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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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맨 앞) KBS 사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년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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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노조 KBS지부도 성명서를 내고 "세월호는 피해자와 생존자, 유가족, 나아가 전 국민의 마음속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사회적 참사"라며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방영을 막으려는 이제원 본부장이야말로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KBS 사측은 방송 연기 이유에 대한 말을 바꿨다. 세월호 다큐 방송 연기가 처음 알려진 15일엔 “4월 총선일을 중심으로 민감한 아이템이 방송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논란이 커지자 16일엔 “다른 대형참사 생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극복기를 종합적으로 다뤄 방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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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 10일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 차려진 '세월호 참사 10주기' 가족·시민 설 명절 합동차례상.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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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권 비판' 보도에 특별감사 시사


KBS가 정권에 불리한 보도·방송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이뿐만 아니다. 박민 사장은 14일 이사회에서 자신이 '불공정했다'고 지목한 보도와 관련해 “감사실을 통한 특별감사 등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다음 날 △2020년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 △2022년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등에 대해 "불공정한 보도였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이 보도들에 대해 감사까지 벌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 7일 감사실 인사를 냈다. 하지만 감사의 동의를 얻지 않은 데다 감사실을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및 내부 규정 등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갑작스러운 감사실 인력 교체 후 특별감사까지 시사한 데 대해 익명을 요구한 KBS 전 감사실 관계자는 “박 사장이 이미 불공정한 보도라고 사과한 사안에 대해 감사를 요청한다면 (특정한)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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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왼쪽 세 번째) KBS 사장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일부 과거 보도에 대해 불공정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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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대담'..."시민·구성원 저항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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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지난 7일 방송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는 공정하지 못한 보도였다는 비판이 많다. 한국언론노조 KBS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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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신년 대담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핵심적인 질문을 피해 가거나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를 ‘파우치 논란’으로 축소시키는 등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많다. 여기에 대담을 진행했던 박장범 KBS 앵커가 대담 방송 다음 날 “외신도 파우치라고 쓴다”고 거짓 해명한 것이 드러나면서 박 앵커 교체 등을 요청하는 청원 20개가 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KBS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담이 객관성·공정성을 위반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했다.

야권 성향의 한 KBS 이사는 “전임 사장 때도 보도의 공정성 시비가 없지는 않았지만 박 사장 취임 후 KBS가 중대한 사회적 관심사와 정치적 이슈 중 윤석열 정부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며 객관성을 견지하지 못하는 흐름이 나타난다”며 “대통령 신념대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창현 교수는 "1980년대 '땡전뉴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저항이 방송 민주화 운동을 만들어냈던 역사가 있다"며 "정부는 공영방송 장악이 시민들과 KBS 구성원들의 저항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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