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 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이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D-100 기억다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1.10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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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작본부가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4월로 예정된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일을 미루자 참사 생존자들이 “부당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참사를 정치적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지적도 잇따랐다.
지난 15일 엑스(구 트위터)에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작년 말, KBS 다큐인사이드 팀의 피디님께 제안을 받아 몇 달 동안 열심히 촬영해왔다”며 “10주기라는 타이틀에 맞춰 지금까지의 다큐들과는 다르게 슬프지 않고, 그리고 미래를 그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분들과 함께 노력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근 바뀐 KBS 제작본부 측에서 세월호 10주기 다큐가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제작을 미루라고 강요해오고 있다”며 “이 결정이 정말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촬영에 들어가 절반을 찍었고 10주기가 아니면 방송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의미 있는 것들이 담겨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A씨는 “저는 정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는 사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 “부디 이 다큐가 세월호 10주기 때 방영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단원고 생존자인 장애진씨의 부친인 장동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16일 통화에서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희생된 304명을 기억하자는 게 다큐멘터리 취지”라며 “선거 국면이라는 이유로 방송을 불허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는 정치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되레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4·16재단 국가보조금 삭감, 국무조정실의 사참위(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권고 불수용, 서울시의 세월호 참사 임시기억관 벌금 부과 등 세월호 지우기가 시작됐다”고 했다.
시민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애들 추모를 정치 때문에 못 하는 게 말이 되나” “유가족의 참담한 심정과 사건의 진실은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닌가”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세월호 다큐를 총선 이전에 방송해라. 국민이 몰라야 하는 사정이라도 있는 게 아니면” 등 반응을 보였다.
이날 KBS 시청자상담실 홈페이지에도 다큐멘터리를 세월호참사 10주기에 맞춰 편성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KBS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오는 4월18일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를 방영할 예정이었다. 제작진에 따르면 섭외는 80% 이상, 촬영은 40% 이상 진행돼 방송 일자를 맞추는 데 무리가 없지만 제작본부장이 방송을 6월 이후로 미루라고 지시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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