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쌍갑포차'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카카오웹툰(구 다음웹툰)에서 370화가 넘도록 장기 연재되며 한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같은 작품이다.
'쌍갑포차'라는 이름의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월주신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그승'에서 산 사람과 망자의 한 많은 사연을 듣고, 나름의 방식으로 이들을 위로하는 내용이다.
'쌍갑포차' |
월주신이 초월적인 능력을 발휘해 인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저 불퉁한 얼굴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고 술 한 잔과 음식을 권할 뿐이다. 하지만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이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림체는 화려한 요즘 웹툰에 비하면 단출하다.
복잡한 배경을 생략하고 인물 중심으로 그린 데다가, 얼굴도 정면 아니면 측면만 주로 묘사했다. 그마저도 비슷비슷해 보이는 탓에 얼굴에 흉터나 점을 찍어 등장인물을 구분하는 식이다.
원근법을 무시하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존경할만한 어른이나 신은 크게, 이에 의지하는 인간은 작게 그려내는 방식이 마치 고분 벽화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한 그림체 안에 담긴 이야기의 맛은 깊다.
조선시대부터 구한말, 근현대까지 한국의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얽히고설키는 과정을 그려냈다. 한 에피소드에 등장한 인물들이 다음 에피소드에도 얼굴을 비추면서 하나의 커다란 세계를 이룬다.
어디엔가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에 저승차사, 삼신할미, 용, 산신 등 한국적인 설화, 매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음식 이야기까지 섞어 흥미를 더했다.
저승의 모습과 설화 속 영험한 존재들도 친근하게 그려냈다.
양재천 용과 아웅다웅하는 관악산 호랑이 신의 모습, 착실한 후손에게 로또 번호를 알려주기 위해 저승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조상님들의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웹툰 '쌍갑포차' 한 장면 |
이른바 '사이다'(화끈하고 빠른 전개) 같은 서사는 없지만, 마치 무릎을 베고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따스함이 있다.
이 때문인지 해피엔딩이 예정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다음 화를 기대하게 된다.
마치 인테리어는 허름해 보이지만, 집밥같이 슴슴한 맛 덕분에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 맛집을 연상케 한다.
이 웹툰은 이미 2020년 JTBC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누적 조회수 약 1억9천만회(2023년 5월 기준)에 달한다. 카카오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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