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충북대학교 오창캠퍼스에서 열린 ‘지역 거점대학 경쟁력 강화’ 정책간담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재명 대표가 올드보이·중진 의원 등을 대상으로 ‘떡잎 제거’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당내 반발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용퇴 작업이 매끄럽지 않아 생기는 불필요한 잡음이 섞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퇴 대상자들이 명예 퇴진할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데다, 언론 등을 활용해 압박하다 보니 역효과가 나온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나 공천관리위원회가 아닌 일부 지도부를 활용해 ‘비선 공천’ 작업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등 일부 지도부는 지난 13일 비공개 회의를 했다. 이 회의에서 노웅래·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의 컷오프를 논의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일단 보도를 부인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무보고만 하고 컷오프(공천 배제) 논의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지난 13일 컷오프 논의가 있었느냐’고 묻자 “누가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답했다.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비위 혐의가 있는 현역에 대한 컷오프가 논의됐느냐’고 묻자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지난 13일 회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참석하진 않았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회의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진 않은 셈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지난 13일 회의가 이 대표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중진 의원·올드보이 용퇴론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노웅래 의원 컷오프는 맥락상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노웅래 의원 컷오프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돈 봉투 수수’ 의혹 대상자로 거론된 의원 일부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해명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명단에 오른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가 설 연휴에 전화를 걸었다. 안부를 물은 뒤 말미에 돈 봉투 수수 관련해서 이야기를 꺼냈다”며 “만난 적도 없고, 회의에 간 적도 없고 무관하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면서 격려했다”고 말했다.
잡음은 커지고 있다. 노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보도대로라면, 당 (공식) 지도부도 아니고 지도부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컷오프를 논의한 것”이라며 “그런 논의를 한다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해야 시스템 공천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인지 (공식적으로) 당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회적으로 언론을 통해 압박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직접 불출마를 설득한 인재근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통합공천”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번 공천이 ‘통합 공천과 거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당에서 인 의원 지역구(서울 도봉갑) 공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남근 변호사에 대해서는 “제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권고한 문학진 전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선의 농간에 흔들리는 당”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일부 지도부가 모여서 컷오프 논의를 했다면) 공천이 아니라 사천이다. 심각한 문제”라며 “그렇게 집단으로 모여서 얘기하면 공식 기구는 뭐가 되나. 당의 분란을 만들고 박살이 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공천 때문에) 당내가 매우 어수선하다”며 “이 대표가 정치적인 작업을 잘 못 하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재근 의원도 출마 의사가 강하지 않았는데 예의를 갖춰서 보기 좋게 모양새를 만들 수 있었는데 잘되지 않았다”며 “(지난 13일) 그 회의도 일부 모여서 논의를 할 수 있지만, 굳이 노출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 당 대표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 같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본인의 의사결정에 대해서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당 대표가 직접 전화해서 불출마를 권고하는 건 오히려 예우하는 모습이라 긍정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이 대표의 방식은 멋지지가 않다. 사람마다 방식이 다르고 확실히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진보? 보수? 당신의 정치성향을 테스트해 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