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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이태원 참사

[현장+]'이태원 참사' 국가공무원 첫 실형…기도하는 유가족, 숨막혔던 재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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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왼쪽)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거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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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14일 오후 3시25분쯤 김진호 전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과장(정보과장)이 짤막한 한 마디를 남긴 채 법원을 나섰다.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정보부장)은 선고에 대한 입장과 항소 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을 지나쳐 법원을 빠져나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이날 이태원 참사 직후 사전에 작성된 '핼러윈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최후변론에서는 "국민감정과 진상 규명 생각 못해 깊이 반성"…선고 후에는 묵묵부답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앞서 용산서 소속 정보관이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와 핼러윈 축제 관련 SRI(특정정보요구) 보고서 3건 등 보고서 4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에는 핼러윈 행사 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에 다수의 인파가 몰릴 것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12월18일 있었던 최후 변론에서 박 전 부장은 유가족 등에 대한 사죄와 함께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당시 "국민감정과 진상 규명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담당 부서나 업무에 대해서만 생각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보고서를 특정해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경찰의 정보 처리 규정상 목적이 달성된 문서는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며 △상부에 전달됐기 때문에 해당 문서를 폐기하는 것이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보 경찰의 임무가 공공의 안전과 위험에 대한 대응이기 때문에 핼러윈 데이가 사고 없이 종료되기까지는 보고서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박 전 부장의 경우 공공안녕 여론 대응을 위한 정보활동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음에도 참사 다음 날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미루고 경찰의 책임 범위를 축소하려고 시도한 점이 유죄로 인정됐다. 법원은 서울 일선서 정보과장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보고서 등의 외부 반출 유의를 당부하고 김 전 과장에게 직접 전화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김 전 과장은 박 전 부장의 지시에 따라 부하 직원들에게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여러 차례 지시해 유죄 판결받았다. 재판부는 부하 직원들이 보고서 삭제에 의문을 갖는데도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점이 유죄의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과 함께 기소된 곽모 용산경찰서 경위는 범행 가담 정도가 미비하다고 판단해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 내내 두 손 꼭 잡고 있는 이들도…유가족들 "엄중히 처벌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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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설날인 10일 오후 서울광장 이태원참사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차례'에서 유가족 및 참배객들이 추모하고 있다. 2024.2.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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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는 유가족들도 자리했다. 20여분간 서로 두 손을 꼭 잡은 채 판결 내용을 듣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법원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실형을 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고에 앞서 유가족들은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지난해 있었던 결심 공판에서 재판 말미 발언에 나선 유가족 임익철씨는 "참사 직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이 모두가 한결같이 진실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피고인들은 명백한 진상 은폐를 했다. 불법행위가 너무나도 손쉽게 자행됐다는 사실에 슬픔과 분노를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해달라"고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선고가 끝난 뒤 논평을 내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 박성민에게 실형을 선고한 건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이어 "다른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사법부가 엄중한 형을 선고해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는 158명, 상해를 입은 사람은 196명에 이른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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