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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참사 보고서 삭제'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1심 실형(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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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민 기대 저버린 채 경찰 책임 축소·은폐…진실발견 어렵게 해"

참사 대응 관련 기소 중 첫 선고…용산서 정보과장은 징역형 집행유예

연합뉴스

질문받는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57)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기소된 경찰 간부 등 핵심 피고인에 대한 첫 선고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14일 증거인멸교사·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진호(54)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의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함께 재판받은 곽모 전 용산서 정보과 경위에 대해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기존 자료 보존 등으로 (이태원 참사) 수사에 적극 협조했어야 하나 정반대로 사고 이전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거나 임의로 파기하고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범행은 그 자체로도 공무를 망친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전국민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경찰의 책임을 축소·은폐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한 데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박 전 부장에 대해선 "사고 발생 직후부터 사고의 원인이나 책임을 파악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책임 소재가 경찰 조직 내로 향할 것을 크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비극적이고 불행한 사고의 발생을 기회로 삼아 경찰 조직의 업무 범위를 사고 이전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질책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에게 각각 징역 3년을, 곽 경위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서 정보관의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와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 3건 등 총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2022년 12월 구속됐다가 지난해 5월 보석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이날 박 전 부장에 대한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박 전 부장은 부서 내 경찰관들에게 핼러윈데이 대비 관련 자료를 삭제하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죄 등)로 지난달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한편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판결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며 "참사 직전 경찰이 인파밀집을 예측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는 도리어 관련 정보를 은폐하고 축소하기 급급했던 것과 관련해 공직자의 형사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로 의미가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어 "참사의 진상규명은 일부 공직자의 형사처벌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국회는 이번 판결을 잘 새겨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재의결하고 정부는 겸허한 태도로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기소된 경찰 간부 등 주요 피고인 가운데 1심 판결이 나온 것은 박 전 부장 등이 처음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법원의 선고가 나온 것은 두번째로,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 불법 증축한 혐의로 기소됐던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77)씨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현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해밀톤관광 등 법인 2곳을 포함해 총 23명이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 당직 근무를 한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등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이밖에 ▲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서 관련자 5명 ▲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련자 4명 ▲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 등의 1심 재판이 서부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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