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의석 조건 ‘정당 득표 3% 이상’
국민의힘이 주장한 병립형에도 해당
한 위원장의 ‘주장’ 근거 찾기 어려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서울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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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결정하고 민주당이 100% 찬성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하에서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 전 장관은 우리가 주장하는 병립형 제도에서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3% 이상을 득표해야 하는데 이 조건은 병립형이든 준연동형이든 동일하다. 이 때문에 병립형이 아닌 준연동형이어서 조 전 장관이 배지를 달 수 있다는 한 위원장 주장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소수정당 진입 효과도 거의 없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조 전 장관에 대한 질문에 “그분도 국회의원 되고 싶을 것”이라며 “문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관철하고 있는 준연동형 선거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 중 준연동형 산식을 설명할 분들이 정말 있나”라며 “왜 3%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3%는 비례대표 의석을 받기 위한 조건인 ‘득표율 3% 이상 혹은 지역구 5석 이상’ 조항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당명부 투표가 도입된 2004년 이래 병립형이든 준연동형이든 비례대표 제도와 무관하게 똑같이 적용되던 조건이다. ‘왜 3%이어야 하는지’ 질문은 병립형에도 똑같이 해당하는 질문인 것이다.
한 위원장은 “조국씨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선거제도가 국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인가”라며 “이 제도하에서는 민주당의 사실상 지원으로 조국씨가 4월에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에 유리한 준연동형을 비판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준연동형제는 소수정당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자는 취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수의 지역구 의석을 얻을 수 있는 거대정당들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효과는 크지 않다. 봉쇄조항이라고 불리는 득표율 3% 이상 조항이 적용되고, 거대정당이 위성정당을 통해 비례 의석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총선의 경우 비례대표 후보를 낸 35개 정당 중 1석 이상 가져간 정당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을 제외하면 3곳에 불과했다. 이는 병립형 제도 적용 때와 비슷한 성적이다. 2004년 이래 모든 총선에서 거대 양당 외 원내정당은 늘 2~4곳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소수정당에서는 봉쇄 조항 때문에 (병립형과) 달라지는 건 없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부터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 창당 절차에 나섰고, 민주당은 통합형 비례정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한 위원장은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전 대표가 부정선거 의혹의 근거라고 주장해온 사전투표관리관의 날인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158조 3항 ‘사전투표관리관이 사전투표관리관 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선거인에게 교부한다’는 조항을 인용하며 “지금 사전투표의 경우 도장을 찍는 게 아니라 관인이 인쇄된 용지를 그냥 나눠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례에서 그것도 가능하다는 근거로 하는 것인데 국민들이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고 저도 그렇다”며 “국민들께서 선관위에 공정한 선거 관리 의지를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요구한 사전투표관리관의 날인은 여권 내 대표적인 부정선거론자인 황교안 전 대표, 민경욱 전 의원 등이 주장해온 것이다. 황 전 대표는 2022년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 결과에 관련해 선관위를 상대로 “제20대 대통령선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다”며 한 위원장이 인용한 공직선거법 158조 3항을 인용했다. 황 전 대표는 “이번 사전투표에서 사용한 투표지는 위 법률에 위반한 비정규투표지로서 이를 사용한 사전투표는 전부 무효”라고 주장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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