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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인니 대선 앞두고 '독재자' 수하르토가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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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사망한 수하르토 모습, SNS 통해 공유돼

AI 생성 딥페이크…일각선 "죽은 독재자 살려 표 얻어"

뉴스1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통치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딥페이크 영상. (X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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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모습이 소셜미디어(SNS)를 떠돌고 있어 눈길을 끈다. 30여 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통치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2008년 8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1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최근 '부활'했다.

그가 "저는 인도네시아의 두 번째 대통령 수하르토" 등의 발언을 하는 총 3분 가량의 동영상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47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로도 퍼졌다.

다만 짐작했듯이 이 영상은 실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아니다. 이 영상은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제하는 도구를 사용해 만든 인공지능(AI) 생성 딥페이크다.

이 영상은 인도네시아 보수정당이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집권 기반이던 골카르당의 부의장인 어윈 악사가 X에 게재함으로써 공유됐다.

CNN은 "오래 전 죽은 지도자를 되살림으로써 골카르당의 의도는 분명하다"며 "유권자들이 수하르토와 동의어인 당을 지지하도록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카르당은 자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현 국방부 장관이자 수하르토 사위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어윈 악사는 X에 "골카르당의 일원으로서, 저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성공적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에 매우 자랑스럽다"며 "그는 많은 성공을 가져왔다. 우리는 그것을 존중하고 그의 봉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적었다.

일각에선 정치적 선전을 위해 사망한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한 인도네시아인은 X에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죽은 독재자를 되살려 우리를 속이고 겁을 줘 표를 얻는 것"이라고 적었다고 CNN은 전했다.

또 다른 인도네시아인도 "언제부터 죽은 사람으로 딥페이크를 만드는 것이 윤리적인 일이 됐는가"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하르토(1921~2008)는 1967년부터 1998년까지 31년 동안 대통령을 지냈다. 인도네시아 독립 이후 장성에 오른 수하르토는 1965년 쿠데타 기도를 진압하면서 공산당에 그 책임을 물었다.

그는 수십만명의 공산당원들과 추종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벌이면서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영웅인 수카르노를 권력에서 밀어내고 대통령에 올라 '신질서(New Order)'라고 알려진 자신의 권력 제체를 구축했다.

수하르토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중앙집권적인 군부통치와 반공을 내세워 냉전시대에 서방의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눈부신 경제 성장과 산업화를 진두지휘하면서 국민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 강권통치는 사회 불만의 원천이 됐고 이후 사회 불안을 야기했던 심각한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1998년 권좌에서 물러났다.

인도네시아 다수의 국민들 중에서는 네덜란드의 통치가 끝난 뒤 신생국가로서 국가적 혼란기를 겪고 있을 때에 안정을 가져왔고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수하르토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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