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들 욕하기 전에 처벌 먼저 강화돼야”
라이더유니온, 검찰에 엄벌 탄원서 제출 예정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도로변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배달기사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김수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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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인도 구석에 놓인 국화꽃. 막걸리 3병과 담배 2갑 등이 줄지어 놓여있는 이곳은 앞선 3일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배달기사 A(54)씨를 추모하기 위해 동료들이 만든 공간이다. 배달을 나섰다 잠깐 들렀다는 김모씨는 “비슷한 사고로 이미 몇몇의 가장이 목숨을 잃었다”며 “사고 당일 이곳을 지나갔었는데 제가 사고를 당해 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다. 음주운전자의 처벌이 어떻게 나오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도 냈다”고 말했다.
1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20대 클럽 DJ 안모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설 연휴 이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할 예정이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지난 6일 탄원서를 모으기 시작한 지 이틀 만에 1000여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공분이 큰 상황”이라며 “이 사고 직후에도 또 음주운전 차량에 배달 오토바이가 부딪혀 가장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있었다. 더 이상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새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낸 여성 운전자가 강아지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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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기사들은 음주운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 같은 사망사고에 일조한다고 지적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4일 A씨 사건 현장 인근에서 연 추모식을 통해 “반성문을 100번 썼다고, 직업이 괜찮다고, 위자료를 줬다고 봐주는 법원의 태도는 또 다른 음주운전자를 양산했고 죽음을 초래했다”며 “법원이 음주운전자를 봐주는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음주운전자로 인한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법원이 사실상 음주운전을 방치 조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달 음주운전으로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40대 의사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자 재판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 바 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김석범)는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는데, 해당 운전자는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에 90차례 이상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만취 상태로 벤츠 차량을 몰다가 오토바이를 치어 운전자를 숨지게 한 20대 여성 A씨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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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4시30분쯤 강남 논현동에서 술을 마시고 벤츠 차량을 몰다 A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안씨가 지난 8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안씨는 면허취소 수준(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에는 안씨가 사고 직후 구조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반려견만 끌어안은 채 반려견을 분리하려는 경찰에게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목격담이 올라와 공분을 샀다. 그는 이후 언론을 통해 “저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오며 그 슬픔과 빈자리를 잘 알고 있다”며 A씨와 유족 측에 사과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또다시 뭇매를 맞았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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