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팔순 '막내들'이 식사 준비…"경로당 지원 사업 바뀌어야"
경로당 |
(무안=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서울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박재진(가명·50대) 씨는 전남 담양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와 통화를 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마을회관(경로당)에서 노인들과 점심을 드시는데 어머니가 매번 ' 밥 당번'이란 말에 가슴이 아려온다.
홀로 사시는 어머니가 몇 년 전 양 무릎 수술을 하고 허리도 좋지 않은데도, 경로당을 이용하는 10여명의 80대 중후반과 90대 '언니들'을 위해 손수 밥을 짓고 반찬도 마련하고 있다.
"마을회관 다니지 마시고 집에서 식사하세요"라는 아들의 채근에도 어머니는 "경로당 사람들과 오랜 정(情)이 있고, 막내인 내가 밥을 안 하면 식사 준비를 할 사람이 없다"며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한다.
박씨 어머니처럼 칠순 팔순의 나이에, 마을회관에서 '밥 당번'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70대 노인들조차 마을회관에서는 '상대적 청춘'이 된 시대가 되면서 고령화 사회의 그늘이 농어촌 사회에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남 도내 경로당은 총 9천233곳(지난해 12월 기준)이 있다.
도는 올해 기준으로 국비(50%), 도비(15%), 시군비(35%)로 양곡비 명목으로 총 37억원을 지원한다.
경로당 1곳에 20㎏들이 쌀 7∼8포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도비(20%), 시군비(80%)로 경로당 운영비 명목으로 142억원을 지원한다.
운영비의 10%(약 14억원) 내에서 부식비로 사용할 수 있고, 마을 자체 수익금과 후원금 등으로 부식비를 충당한다.
하지만 경로당 급식과 관련한 인건비는 예산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자체적으로 밥을 지어 먹고 반찬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담양군 관계자는 5일 "쌀 소비 촉진과 경로당 화합을 위해 경로당 지원 사업이 도입됐다"며 "경로당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80대 90대 이른바 '상노인들'이 경로당을 주로 이용하면서 식사 당번을 놓고 어려움이 있는 경로당이 있다"고 전했다.
경로당 지원 사업 내용도 이 같은 인구 변화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일자리 사업 창출 전문가 김모씨는 "10여년 전 도입된 경로당 지원 사업 패러다임은 초고령화 사회에 맞지 않는다"며 "'밥차'를 운영해 경로당을 순회하며 배식하는 등 노인 급식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거동 불편 노인을 위한 무료 도시락 배달, 노인복지관에서 저렴한 급식 제공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며 "팔순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손수 밥을 짓는 문제에 대해서는 실태를 꼼꼼히 파악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전남지역 65세 이상 노인은 46만여명으로 전체 인구 180만여명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저출생, 고령화로 노인인구 비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shch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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