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오후 4시(미국 동부시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및 관련 민병대를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공습은 작전지휘통제시설, 로켓·미사일·무인기 보관 창고 등 7개 지역 85곳 이상의 목표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공습을 위해 미국 본토에 있던 전략폭격기 B-1 랜서를 비롯해 많은 전투기가 동원됐으며 125개 이상의 정밀 무기가 사용됐다고 미군 측은 밝혔다.
2일(현지시간) 미군 전사자 유해가 운구되는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은 채 침통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다.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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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국은 미군 사망을 야기한 공격의 주체로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포함한 연합단체 ‘이라크 이슬람저항군’을 지목하면서 오랜 기간 이들 단체에 무기를 제공하고 훈련을 시킨 책임이 이란에 있음을 강조해왔다. 이란이 민병대들의 공격을 직접 지시한 정황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중동의 최대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인 이란을 ‘포괄적 배후’로 규정한 셈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지난달 28일 3명의 미군이 요르단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숨졌다. 오늘 우리 대응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보복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번이 끝이 아님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중동 또는 어느 곳에서든 분쟁을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우리를 해치려는 모두에게 이점을 분명히 알린다. 미국인을 해치면 보복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란 겨냥하되 중동 확전 막기 위한 절충안
중부사령부는 이날 공습이 “이란 IRGC 쿠드스군과 그와 연계된 민병대들”을 겨냥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미군기지 공격의 배후로 지목한 이란을 겨냥해 막대한 무력을 퍼붓되, 이란 영토 내부는 직접 치지 않고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이란 관련 시설’을 공격한 것이다.
첫 보복공격에서 이란 내부를 제외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는 11월 대선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이후 중동 주둔 미군이 지속적으로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을 받는 가운데 급기야 3명 사망·40여명 부상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본 이상 미국으로선 대대적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야당인 공화당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 전반을 거세게 비판하며 이란을 직접 공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 독주를 통해 컨벤션효과를 극대화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지지율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유약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안은 채 대선 레이스에 나서야 할 판이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미군 사망 이후에도 ‘이란과의 전쟁’, ‘중동에서의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해왔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인질석방 및 교전중단 협상을 중재하고,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수교 협상 재개를 독려하며 중동 상황 안정화를 모색해왔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이란과의 정면충돌은 기존 중동 정책 전반을 뿌리째 흔들고, 대외환경을 안정화한 채 대선을 치르려는 구상을 어그러뜨릴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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