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인력에 '쩔쩔'…산업안전 대진단 '졸속' 전락 우려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오전 중소영세기업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관련 사업장 순회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을 방문, 소규모 서비스업 사업장 대표들과 면담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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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 2년 유예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 코앞에서 불발되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을 관리·감독할 당국인 고용노동부의 업무마저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서, 이러다 '행정 마비' 상황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됐다. 이로 인해 5인 이상 모든 기업·음식점·제과점 등의 개인사업주도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된다.
사정상 일인다역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은 경영상 어려움을 꼽으며 '2년 유예 적용'을 적극 요구했지만, 여야 간 합의가 끝내 불발되면서 업계의 반발과 혼란은 당분간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현장의 혼란도 우려스럽지만, 문제는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을 관리·감독할 주무부처의 행정과부하다. 법안 확대시행으로 적용상 기업수가 늘어난 만큼 관리·감독 인력도 늘어나야 하지만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부처 안팎에서도 중대재해 예방 기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용부는 중대재법 확대 적용으로 담당해야 할 수사대상만 2.4배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식 고용장관은 최근 이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지방관서의 이런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수사 인프라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대상이 두 배 넘게 늘어난 만큼 인력 부족 우려는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고용부도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법 시행에 대한 부담감과 주무부처로서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다. 이 장관도 "중대재해 수사 감독관이 100명이 정원인데, 133명으로 오버해서 활용을 하고 있다"면서 인력의 부족함을 토로했다.
일각에선 늘어나는 수사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재해 예방 업무를 담당할 인력마저 수사에 동원해야 되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도입 취지도 무색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책임 부담으로 인명 피해를 '예방'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서 당장 고용부가 추진 중인 '산업안전 대진단'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부는 4월 말까지 전국 83만7000개의 5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에 나선다. 고용부는 자체 인력뿐 아니라 공단과 민간이 함께 점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산업안전감독관 전원이 8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졸속' 진단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단순히 수사 대상만 따져봐도 2.4배가 늘어났다고 하니 힘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들을 다양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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