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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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전(全) 당원 투표’ 실시 여부를 비롯해 선거제와 관련한 모든 당론 결정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총선을 68일 남기고도 이 대표가 선거제 당론을 결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전 당원 투표를 검토하다가 예상보다 거센 비판 여론에 일단 한발 후퇴한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일부 최고위원에게 “주말 동안 고민해서 결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결국 돌고돌아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만 더 커진 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 민주당, 3시간여 격론 끝 ‘빈손 결론’
애초 민주당은 2일 최고위원회 추인을 거쳐 주말인 3, 4일 모바일 투표 방식으로 선거제 관련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사전 논의 과정 없이 전 당원 투표가 진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반발이 이어졌다.
실제 이날 최고위 공개발언부터 이견이 나왔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전 당원 투표에 기대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당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공개로 전환된 최고위는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 3시간 반 가까이 이어졌다. 격론이 이어지면서 회의실에는 도시락이 들어가기도 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앞서 전 당원 투표를 처음 제안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을 비롯해 강성 친명계인 박찬대 서영교 장경태 최고위원 등이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선회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지도부가 먼저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 앞서 SBS 라디오에서도 “만약 전 당원 투표를 하더라도 1안과 2안을 놓고 선택해달라는 방식이 아니라 지도부가 입장을 정해서 의원총회에서 추인받고 그 안을 당원들에게 물어서 다시 한 번 동의를 받겠다는 절차적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고 최고위원은 대선까지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위해 준연동형제 유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격론이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따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고민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자 당 지도부는 최종 선택을 이 대표에게 위임했다. 3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던 전 당원 투표 역시 중단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표 의중이) 여전히 애매하다”며 “설 전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 정치적 부담 커진 李, 선택 고심
돌고 돌아 선거제 관련 모든 당론 결정 권한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겠다는 최고위 결정에 대해 당내에선 “이 대표가 책임을 피하다가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내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든,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바꾸든 범야권 몫으로 돌아가는 비례대표를 민주당 몫으로 가정했을 때 의석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에서도 “더 늦기 전에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이 대표가 계속 침묵을 유지하다가 전 당원 투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이르면서 혼란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헌법상 국민투표도 공고 후 60일 뒤 치러지는데, 며칠 만에 당원 투표를 결정하는 게 말이 되냐”며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에 기대서 비겁하게 정치를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떤 선택을 하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표가 너무 시간을 끌었다”며 “결국 이 대표의 선택에 대한 주목도만 커졌고 결과적으로 책임론도 그만큼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 안팎의 반발을 고려해 선거제 관련 당론을 정한 뒤 직접 사과하는 문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대선 공약 파기 논란이 있는 만큼 병립형으로 가든, 연동형으로 가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의견을 대표도 듣고 있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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