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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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지도부에서도 다른 소리가 나온다. 한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에게 공을 넘긴 상황에 대해 “연동형을 주장하는 분들이 지역에서 1대1 구도를 만들자고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의견 표명은 하면서 책임은 지도부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심탄회하게 밥을 먹으면서도 지도부에서 많은 토론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전당원투표에 대해서는 “전당원투표를 하지 말자는 분들도 있는데, 당원과 등을 돌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400만이 넘는 당원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제 선택을 위해서 전당원투표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가 며칠째 쏟아지고 있다”며 “지도부에서 결정하지도 논의하지도 않은 사안인데도 참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당원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여진다”고도 했다. 고 최고위원은 전당원 투표로 결정한 위성정당창당,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성비위로 발생한 서울-부산 보궐선거에 후보 공천을 한 사실을 언급하며 “숨지 말아야 한다. 총선은 국민들과의 시간”이라며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하며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 병립형 회귀를 노린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원의 지지와 공천권이라는 두 무기를 가진 이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당원들이 대부분 이재명 대표를 지지한다. 그러니까 이재명 대표한테 맡긴다고 해야지 (결정에 대한)저항이 덜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당원투표로 병립형 회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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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이 늦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는 선거제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오갔다. 지난해 11월 이탄희 의원이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촉구를 신호탄으로 같은 달 이 대표가 유튜브에서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었다. 의원총회가 있는 날에는 선거제 개편이 항상 주목받았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민주당 의원 81명이 병립형 퇴행은 악수라며 기자회견을 했고,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 당원 투표로 맞받았다. 혼란 속에 이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리되든 저리되든 책임 있고 용감하게 결정을 해서 진행해야 한다”며 “이 대표에게 위임했으면 그걸 또 언제까지 어떻게 한다는 건가”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보기에 답답한 형국이고, 무능한 사람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시장하고 지사 할 때는 안 그랬는데 여의도로 온 다음에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고 평했다.
어떤 결정을 하든 그 여파는 이 대표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예현 정치평론가는 이날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현실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니까 당 대표가 결단해라. 권한을 주면서 동시에 책임지라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최우석 기자 d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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