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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웹툰 픽!] 촉법소년들 겨냥한 뒤틀린 사적 복수…'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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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영화화된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힘이 있는 이야기는 매체가 바뀌어도, 세월이 흘러도 매력을 잃지 않는다.

소설에서 영화를 넘어 웹툰이라는 형식으로 재탄생한 '고백' 역시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 달라졌어도 여전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고백'은 2010년 일본 영화로도 만들어진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한국 웹툰이다. 등장인물 이름과 배경도 한국식으로 바꿨다.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은 교사 장서연은 하루아침에 어린 딸 다니를 잃는다.

처음에는 사고사라고 생각했지만, 의심스러운 구석을 파고들다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한선우와 최한솔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둘 다 소년법상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기에 서연은 이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직접 복수에 나선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보균자의 혈액을 이들이 마시는 우유에 탄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선우는 교내에서 '왕따'가 되어버리고, 한솔은 죽음과 감염에 대한 공포로 인해 사람과의 연락을 끊고 집에 틀어박힌다.

연합뉴스

웹툰 '고백'
[리디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연은 학교를 떠났지만, 응징은 계속 이어진다.

서연은 두 제자가 가장 끔찍하게 여기던 그들의 엄마를 잃을 때까지 집요하게 복수를 이어간다.

소설과 영화에서 그러했듯, 웹툰에서도 서술자를 바꿔가며 독백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각 인물의 주관적인 기억에 따라 같은 사건도 어긋난 퍼즐처럼 조금씩 다르게 묘사하면서 이야기에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조여드는 영화만큼 긴장감이 높지는 않지만, 스릴러 웹툰 특유의 연출을 통해 찜찜한 불쾌감을 잘 표현했다.

바닥에 흘러넘치는 우유와 흥건한 피, 어린아이가 빠져 죽은 물이 반복적으로 묘사되면서, 작품 전반에 음습한 분위기가 풍긴다.

통상 복수극은 선악 구도를 명확하게 만들어 독자도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만들어 혼란을 준다.

이는 반장이 학급 아이들의 강요에 못 이겨 왕따인 선우를 향해 우유 팩을 던지는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마치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성경 속 구절과 겹쳐 보인다.

최초의 피해자였던 서연은 복수를 이어 나가면서 어느새 어떤 가해자보다도 섬뜩한 얼굴을 하며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린다.

리디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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