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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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학계에 5가지 통화정책 관련 고민을 던졌다. 함께 고민을 해봐달라는 취지다.
이 총재는 1일 ‘2024년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 만찬사에서 “제가 지난 2년간 한국은행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당면했던 통화정책 관련 이슈들 가운데, 학계와 한국은행이 함께 답을 찾아주셨으면 하는 다섯 가지 주제를 소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첫 번째 주제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다. 최근 한국은행은 3개월 시계에서 정책금리에 대한 금융통화위원들의 견해가 어떠한지 설명해 왔다”며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부터는 반기가 아니라 분기별 주요 경제 전망치를 발표하고자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그렇다면 어느 정도 시계까지 확장해서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현재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꼽은 주제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활용 여부다. 이 총재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병존한다”며 “금융중개지원대출이 특정 부문에 신용 공급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재정정책이 담당해야 할 정책금융이기에 중앙은행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반면 금리정책은 경제 전체에 무차별하게 영향을 주는 도구이기에 취약업종 등에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금융중개 지원을 한다면 고금리 정책을 지속하는 데 따른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한 중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져 제로금리 하한에 직면할 경우 금융중개지원대출은 금리정책을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중앙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주제는 중립금리 추정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요인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등 대내 요인 때문에 중립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에 선진국,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기후변화 대응으로 투자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서 그동안 추세적으로 하락해 왔던 중립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했다.
중앙은행 대출 제도 개선에 대한 언급도 이뤄졌다. 이 총재는 “비은행금융기관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나 현행 한국은행법으로는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및 자료조사가 용이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며 “따라서 비은행금융기관을 자금조정대출의 대상기관으로 포함하기 위해서는 감독·조사 측면에서 정부와의 공조가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설대출기구인 자금조정대출의 기능을 강화하는 이슈가 있다. 금융기관들이 낙인효과를 우려하지 않고 대출채권을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은법 제64조에 따른 상시대출제도의 적격담보 범위를 대출채권까지 확대하는 한은법 개정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행 대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한 검토와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이날 공개시장 운영방식과 단기자금시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제까지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 체계는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거래를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왔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단기금융시장에는 초단기물 알피 외에 3년 미만의 다양한 만기의 통화안정증권(91일물, 1년, 2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선진국 중앙은행과 달리 한국은행은 원할 경우 초단기 금리뿐 아니라 3년 미만의 단기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우리나라의 독특한 단기자금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최적의 공개시장운영 방식은 무엇인지, 또 공개시장 운영시 통화안정증권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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