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책임 회피' 비판 불가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1호선 역사에서 철도 도심구간 지하화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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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선거제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사실상 권역별 병립형제 회귀로 방향을 잡으면서, 이재명 대표가 대선공약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철회하는 정치적 책임을 당원들에게 떠넘겼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지도부는 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거제 전당원 투표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 준비를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지도부에서 전당원 투표 여부를 확정하면, 이르면 3일부터 양일간 투표를 진행한다.
전당원 투표에선 권역별 병립형에 찬반 여부를 묻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 대신 권역별 병립형에 무게추를 실어왔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1일 "여러 선거제 중 하나를 고르는 방안보다는, 하나의 선거제 방안을 두고 찬성과 반대 중 입장을 선택하는 형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당원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대로 다수가 권역별 병립형을 지지하는 만큼, 찬성이 우세할 전망이다.
다만 전당원 투표가 확정되면 이 대표를 향한 비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간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직접 선거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2022년 대선에서 선거제 개혁 및 비례대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를 되돌릴 명분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신뢰의 문제를 본인이 매듭짓지 못하고 당원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전당원 투표 전후로 이 대표가 선거제 공약 파기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당 차원에서 부담이 큰 사안을 전당원 투표라는 방식으로 돌아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비근한 예로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은 위성정당 참여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했다. 같은 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의혹으로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도 전당원 투표로 '재·보궐 귀책 시 무공천' 약속을 뒤집었다. 모두 당 지도부의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이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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