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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클러스터 민간투자인데 “정부가 622조 투자” 내세운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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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대부분 민간 충당, 시민부담 증가 지적 나와

김동연 “전 정부 투자, 20년간 할 것 다 합친 재탕”

경향신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경기 수원시 한국나노기술원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현장 감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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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전국 주요 도시를 가르는 철도를 지하화하고 광역급행열차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총선 4호 공약을 발표했다. 철도 지하화, 문화공간 조성 등 공약은 민간 투자를 전제로 했다. 한 위원장은 또 반도체 클러스터 민간투자액에 대해 “지난달 정부가 622조원을 투자해서 경기남부에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발표했다”고 강조하며 표심 얻기에 나섰다. 정부·여당의 정책이 비용을 대부분 민간에서 충당하도록 해 생색만 내고 실현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를 찾아 ‘구도심 함께 성장’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 주요 내용은 철도 지하화, 전국주요권역 광역급행열차 도입, 구도심 규제 완화 융복합 개발, 문화·스포츠 공간 조성 지원 등이다.

철도 지하화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철로로 인한 도심 단절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철로로 인한 도심 단절은 소외고립 지역 양산과 기형적 교통체계로 상습 정체 발생 등의 도시문제로 이어지고 있으나 기존 도심 정비제도로는 해결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철로를 지하로 내고 철도 상부공간과 주변 부지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철도지하화 특별법, 도심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법을 근거로 해당 지역을 환승거점·중심업무지구·유통거점 등 특화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또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주요권역에 광역급행열차를 도입해 1시간 생활권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광역교통망 확충이 메가시티 추진의 핵심 중 하나라는 점에서 김기현 전 대표가 추진했던 ‘김포 서울 편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서울 비대화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전국 주요권역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구도심 개발 방향으로는 공원과 직장·주거·편의시설을 결합한 15분 생활권 융복합 개발과 복합 문화·스포츠 공간 조성 지원 2가지를 제시했다. 융복합 개발은 기존 정부 지정 용도지역제에서 벗어나 주거·문화·생활·상업·업무시설을 규제 없이 개발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축물 용도·용적률, 건폐율 등의 규제의 제약이 없는 ‘프리존’을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문화·스포츠 공간 조성은 전시·공연뿐 아니라 e스포츠 등 활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과 식당, 카페, 쇼핑 공간을 함께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전폭적인 세제 지원으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국나노기술원에서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반도체산업에 중요한 분들의 시간을 뺏으면서까지 우선순위로 진행하는 이유는 우리 정치가 이분들을 지원하고 뜻을 펼치게 하는 게 핵심이라는 것을 잘 알아서”라며 “지난달 정부가 622조원을 투자해 경기남부 반도체메가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발표했다. 그만큼 우리 우선순위는 반도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4호 공약은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해 수도권 표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기 의정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 확대, 철도 지하화 등 3대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같은 교통대책에만 총 134조원 투입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한 위원장과 오찬에서도 주택, 철도 지하화를 비롯한 교통 등 현안을 논의했다.

정부·여당의 정책과 공약이 비용 대부분을 민간에서 충당하도록 해 생색만 내고 실현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5일 발표한 교통대책에 투입되는 134조원 중 민간 재원은 75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비는 30조원, 지방비는 13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철도지하화 특별법에서도 철도지하화통합개발 시행에 필요한 비용은 시행자가 부담하고,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충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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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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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이 이날 “정부가 622조원을 투자한다”고 강조한 반도체 투자 역시 민간투자다.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자료에서 “메가 클러스터에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의 민간 투자를 통한 총 16개의 신규팹(실리콘웨이퍼 제조공장)이 신설될 예정”이라고 했다. 투자액은 삼성전자 360조원(용인 파운드리), 하이닉스 122조원(용인 메모리), 삼성전자 120조원(평택 시스템+파운드리), 삼성전자 20조원(기흥 R&D단지 증설)을 합친 금액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18일 622조원 투자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방송에서 “이미 했던 것을, 앞으로 20년 동안 하는 것을 합친 재탕, 삼탕하는 것”이라며 “(622조원이라는 금액은) 앞으로 23~24년 뒤 얘기까지 포함된 거고 과거에 전 정부에서 했던 투자까지 다 합쳐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포 서울 편입’ 추진을 반대하며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경한 전 보좌관도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수도권 시민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정도의 공약을 선거 앞두고 내놓는 게 걱정”이라며 “민자 사업의 경우 적자가 발생하는 사업들이 많을 것이다. 결국 시민들의 요금 상승 압박 등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철도지하화 민자사업자를 모집하는 게 쉽지 않아 총선용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지 않겠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공약은 총선용”이라며 “이걸 원하는 지역은 많이 있을 것이고 규모의 경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경기 일부를) 서울권으로 편입하는 소위 메가시티론과 경기도를 분할해야 한다는 것 둘 다 공감한다”며 “지역 시민이 원한다면 둘 다 우리 행정력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에 공약을 접수했던 한 수원시민과 대화하며 “(철도가) 결국 동(쪽)서(쪽) 수원을 나누는 사실상의 휴전선 경계로 작용하고 있나”, “(철도 지하화를) 다들 원하시지 않겠나”라고 질문했다. 한 위원장은 “(철도가) 일제시대 만들어진 것이고 수원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해왔다”면서도 “결국은 그로 인해 여러 격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다른 시민이 “지하화가 최선이겠지만 만약 이게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오래 걸린다면 육교 폭을 넓혀달라”고 요구하자 “우린 현실적인 재원까지 파악해서 말하는 책임정당이다. 국비로 충당이 아니지 않나”라고 송언석 의원에게 물었다. 송 의원은 “여러 곳 한꺼번에 개발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고 종합해서 개발하기때문에 경제성이 올라갈 수 있어서 종합개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수원 |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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