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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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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이태원참사법 거부권 행사 가닥…후폭풍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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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9번째…野 "피도, 눈물도 없는 정권"
유가족 "보상·지원보다 진상규명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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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이 의결되면 곧바로 재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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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30일 '이태원참사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취임 후 9번째 거부권 행사다. 야당은 "국민을 거부하는 대통령"이라며 '불통' 이미지를 부각했고, 이태원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22대 총선을 약 3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29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태원참사특별법' 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여당인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한 상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당이 의원총회에서 낸 입장이 있고 정부에서 모인 입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그 입장을 발표하고 관련된 정부의 후속적인 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이 의결되면 곧바로 이를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은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돼, 다음 달 3일까지만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결정 시기를 앞당긴 데는 사안을 오래 끌면서 야당에 불필요한 공세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특별법은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의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지난해 6월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고 지난 9일 여당 반발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 따르면 특조위는 11명으로 구성되는데, 여당과 야당이 각각 4명씩 추천하고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나머지 3명을 추천한다.

대통령실은 해당 법이 여야 합의없이 야당 주도로 강행처리된 점, 이미 수사를 마쳐 당시 책임자들을 사법 처리 중이기에 특조위를 꾸리는 게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당은 특조위 구성을 문제 삼는다. 야당 편향적으로 특조위가 꾸려지면 총선을 앞두고 정쟁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조위가 형사 재판 확정 사건 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독소 조항'이라며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 후폭풍은 이전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159명이 사망한 사건의 진상규명을 다루고 있고, 유가족이 강력하게 특별법 공포를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은 법안 공포를 촉구하며 지난 22일 1박 2일간 참사 희생자 159명을 상징하는 숫자인 '1만 5900배' 절을 하는 철야 행동을 진행했고, 이날은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로 용산 대통령실까지 향했다.

국제사회 여론도 우리 정부의 조치를 눈여겨 보고 있다.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채택한 '대한민국의 자유권규약 이행 제5차 국가보고서'에서 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구 설립, 고위직을 포함한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 등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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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특별위원회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공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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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무심한 정부"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서 "대통령 눈에는 칼바람 속에서 1만 5900배를 하면서 온몸으로 호소하던 유족들의 절규와 눈물이 보이지 않는 건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 잘못 없는 국민 159명이 백주대낮에 목숨을 잃어도 책임지는 사람도,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었다"며 "온전한 진상규명으로 국가의 책임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잇단 거부권 행사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피로감이 확산된 기류다.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 대통령 취임 1년 8개월 만에 9번째가 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특히 최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야권으로부터 '가족 감싸기' 비판을 받았고, 당정 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을 탈당을 공식화한 권은희 의원은 여당이 윤 대통령에게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데 대해 "결단코 거부권 행사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집권 여당에 자율권을 주지 않는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해 먼저 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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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오체투지를 시작하기 전 참사 현장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보상보다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이태원참사특별법을 공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윤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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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배상·지원책을 이번 주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은 희생당한 분의 유가족들에게 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배상하고 지원하고, 유가족이 원하는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유가족들이 배상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 사법적 지원을 해주는 방안 등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사자인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0·29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들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진상규명 없는 피해자 지원책이 아니라 진상조사기구를 설립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이라며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공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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