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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여야, 중대재해법에 뒤늦은 호들갑…상임위 논의는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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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사업장 3년 유예 기간 동안 손 놔
연말에야 논의 시작한 뒤 여전히 네 탓 공방
한국일보

지난 24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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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50인 미만 영세 중소 사업장에도 적용되며 현장의 혼란이 적지 않다. 하지만 유예 확대 법안 처리를 놓고 호들갑을 떤 여야는 지난 3년간 현장 부담을 줄여 줄 대책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뒤늦게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법이 정한 안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형사 처벌하는 내용이다. 2021년 1월 공포됐고, 2022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간 적용이 유예돼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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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 중단과 50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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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조속한 법안 상정 요구 외면한 여야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영세한 곳이 많다.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자칫 산업재해는 줄지 않고 사업주에 대한 엄벌주의로 흐르기 십상이란 우려가 법안 심사 때부터 나왔다. 애초부터 제기된 우려였지만, 3년 유예 기간 동안 여야는 후속 대책 마련을 외면했다. 그러다 확대적용 4개월을 앞둔 지난해 9월에서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자는 법안(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을 뒤늦게 발의했다.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에 회부된 이후 이제껏 한 번도 심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지난해 11월 법사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조속한 법안 상정을 요구했지만 여야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11월 22일 열린 전체회의 회의록을 보면 여야는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문제로 갑론을박만 벌이다 회의를 끝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는 "83만 곳이 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국회가 이를 외면하고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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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경제5단체 임원들이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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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 본회의서 실낱같은 희망 남았지만...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28일 본보 통화에서 "우리는 상정하고 싶었지만 민주당 반대로 상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소병철 의원은 통화에서 "이견이 첨예한 쟁점 법안이라 양당 원내대표 간의 협상 결과를 먼저 지켜보려는 것"이라고 상정 반대 이유를 밝혔다. 소 의원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중대재해법 유예 논의 시작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정부 사과 △산업현장 안전 계획 수립 △2년 연장 시 추가 연장은 없다는 경제단체의 약속 등에 정부·여당이 성실히 응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가 조건을 제시한 시점도 11월 23일로, 선제적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 정부와 국민의힘 역시 12월 3일에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2년 유예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으는 등 굼뜨게 움직였다.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확대 유예 법안 처리의 실낱같은 희망은 남아 있지만, 여야는 네 탓 공방에 더 골몰하고 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정부·여당과 경영계의 호소를 묵살한 민주당의 고집 탓"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2년 준비 기간 동안 여당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데 대한 사과부터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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