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반미 감정 부담되지만… 아프간 교훈 우려
바이든 행정부, 대선 직전까지 상황 관망 관측도
2011년 11월 1일 미군이 이라크 바그다드 알아사드 공군 기지를 통해 철수하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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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문제를 놓고 양국이 논의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정작 미 정부 내에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기류다. 이라크 정부는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신중론을 펴는 식이다.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조 바이든 행정부로선 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11월 대선에 미칠 파장까지 고려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난해 8월 창설한 고등군사위원회(HMC) 일환으로 양국 간 논의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다만 "분명히 얘기하지만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위한 협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성명으로 논의가 예정됐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곧바로 철수론이 불붙은 데서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이라크 내 미군 철수설은 전날 양측 간 대화를 개시하자는 서한이 오갔다는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2003년 시작된 이라크 전쟁 후 현지에 주둔하던 미군은 2011년 철수했다. 그러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확장을 막기 위한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따라 2014년부터 재주둔 중이다. 현재 병력 2,500명이 이라크, 900명이 시리아에서 이라크군 고문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양측 간 입장 차이는 확연하다. 미국 AP통신은 익명의 이라크 관리를 인용, "미국 관리들은 2~5년에 걸쳐 미군을 감축하는 일정을 제안한 반면, 이라크는 보다 즉각적인 철수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 카타이브 헤즈볼라 대원들이 지난해 12월 26일 바그다드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동료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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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 제기 배경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이후 중동 내에서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반미 정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미군은 총 150여 회에 걸쳐 이라크·시리아 내 친(親)이란 민병대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다만 미국으로선 이 지역에서 철수할 경우 이라크에 대한 주도권을 이란에 완전히 내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라크는 미국은 물론 이란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까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중동 임무 종료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권자들이 호응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외 주둔 미군 감축 주장에 대응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라크·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성과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군 철수 후 IS가 부활, 현지를 장악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게 된다고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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